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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Oct 29. 2023

세상은 모순으로 가득하지만


우리는 이따금씩 하늘을 본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가려진 짙게 어두운 하늘이었다. 이와는 다르게 달은 유난히 밝고 크다고 생각한다. 그저께만 해도 상현달이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나는 달을 보고 말한다.      


어렸을 때보다 요즘 보름달이 더 큰 것 같다 지구와 달이 그만큼 가까워지는 거지.    

 

그러자 해련은 음력으로 변환한 달력을 보고 내일이 보름달이야라고 말한다.     


나는 아 그런가라고 말하고 여전히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보름달을 상상한다.     


그 사이에 해련은 보름달을 찍는다. 달을 향해 휴대폰을 들고 한 손으로는 무언가를 설정하듯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제법 추워지는 시월의 한강 공기는 가만히 누워있기에는 추웠다. 계속해서 습한 것이 올라왔지만 작은 무릎담요로 체온을 지켜갔다. 아직까지는 이럴 수 있는 날씨라면서. 그리고 나중에 보게 될 달사진을 상상하고 오지도 않을 불행을 떠올렸다. 이를테면 자다가 눈을 떴는데 어느새 사람들이 사라지고 나 혼자 한강에 남아 있는 상상. 그래서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누군가 내 신발을 신고 가서 신발이 없다는 것. 나는 그때쯤 지구에서 몇 초에 한 번씩 사라지는 신발을 떠올렸다. 그 많은 신발은 모두 버려지거나 땅에 묻히거나.     


나는 해련에게 이거보다 더 큰 불행이 있을까?라는 물음을 남겼다.     


기분 좋은 꿈이었는데 예전이라면 깨고 싶지 않았을 꿈. 아니면 내 상상이 만든 무의식의 꿈일 수도 있었을 거야. 아무튼 불행은 싫어. 늘 행복하고 싶다는 거야.     


놀다가 지겨워지면 같이 죽을까?   

  

뭐야 그게 나는 싫어.     


그러면 어떻게 죽을 건데?     


나는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을 한다. 죽음을 정해놓은 삶은 없다. 가능하면 최대한 행복했으면 좋겠고 기억나는 것을 계속 기억하면서 죽어가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 좋은 사람이었지라는 결과에 도달할 때까지 막연히 떠오르는 죽음에 대한 생각 해본다.      


해련은 흉측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아라고 말한다.    

 

눈을 감고 다시 오지 않을 현재의 시간을 떠올리며 춥다는 것에 막연한 추워 죽음을 떠올렸고 나는 지난주인가 지지난주인가에 해련에게 맡은 향수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날의 옷을 떠올린다. 그리고 다시 떠오르는 죽음의 의식들.     


잠이 계속 와. 나 이렇게 죽으면 멋진 옷이랑 향수 뿌려줘야 해.     


해련은 응 그럴게라고 확신하며 말한다.    

 

나는 그 대답이 괜히 얄밉다.     


샤넬 옷이랑 샤넬 향수로.     


너 주식 팔면 살 수 있지?     


물려서 팔면 손해야.    

 

죽더라도 경제 좋아지는 거 보고 죽어.     


나는 내 건강과 돈을 생각해 주는 해련의 말에 괜히 눈물이 났다. 그런 뜻이 아니라고 해도.     


있다가 지연이 집 놀러 갈 거야.     


나는 여기서 잘 거야.     


이렇게 추운데?    

 

응.     


잘 자.     


무언가를 잃어버릴 것 같은 마음은 괜히 슬프다. 그래서 잃지 않으려 주머니 속에 넣어 손에 꽉 쥐어본다. 쥐면 쥘수록 혹여나 닳을까 불안한 마음이 커져서 손에 놓아버린다. 다시 주머니 속에 넣는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손에 쥔 것이 사라져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때 해련이 내 이마에 손을 얹었다.     

 

아직 넌 안 죽어.     


왜?     


아직 덜 놀았거든.     


놀기 위해서 일한다. 일하고 논다. 논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지만 잘 살기 위해서 잘 놀아야 한다.    

  

무엇을? 어떤 것을 하며?


해련은 밤늦게까지 함께 손뼉 치면서라고 말한다. 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시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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