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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Apr 24. 2024

저너머의 밖


민서가 3일째 악몽을 꾼다며 함께 자길 원했다. 해연은 올해 초 자기 방이 생겼다고 좋아하던 민서를 생각하면 아이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민서는 방이 생기자마자 책상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 해연은 자신이 마감 때마다 글을 쓰는 모습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 생각했다.


민서가 악몽을 꾼 첫날은 남편 준현이 사라지고 며칠이 지났을 때였다. 해연은 준현이 쓰고 간 쪽지를 읽었지만, 그 쪽지에는 휴대폰 번호도 아닌 번호 몇 개만 적혀 있었다. 

결혼 전, 해연과 준현은 숫자 몇 개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의 해연은 거의 모든 것을 잊었지만 해연과 준현이 기억하는 숫자는 있었다. 2, 4? 는 이거 사? 1은 예 2는 아니오 111 바빠  333 맛있는 거 삼 999 굿굿굿.

그러나 7 0 0 7 0 7 1 1이란 숫자는 분명 약속되지 않았던 숫자라는 걸 해연은 알고 있었다.


회사에 전화를 했지만 회사 역시 준현의 연락을 기다리는 처지였다. 해연은 우선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고 기다리기로 했다. 최근 해연이 마감에 신경을 쓰느라 준현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잠깐 무심했고, 준현은 매일 프로젝트를 준비하느라 새벽에 들어오고 새벽에 집을 나갔다. 어쩌면 그 점 때문에 서운해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현은 해연에게 툭하면 서운해하였다.

해연은 그때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결혼 전부터 무언가 서운한 감정이 들 때면 일부터 열까지 서운함을 다 말하는 그였다. 서운함을 말할 때면 일부터 열까지 다 듣는 그녀였다.

민서가 점차 말이 늘어가는 것을 보며, 놀라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글을 쓰는 데는 힘에 겨울 때도 있었다. 그래서 해연은 민서가 잠을 자고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글을 쓰고 있었다. 한참을 글을 쓰는데 열중하고 있을 때 가까이 와서 냉장고의 물을 챙겨주기도 했다. 그럴 때 해연은 민서의 그런 마음이 좋았다.


해연은 하던 일을 계속하여야 했다. 결국 마감을 하고, 민서를 돌보고, 민서와 함께 잤다. 오히려 차분한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마음이 이상했다.

준현은 언젠가 저녁을 먹으며 해연의 글에 대한 공통점을 말했다. 그것은 오랜 습관 중 하나였는데 사라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러게 말이야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데 라 말하며 해연은 남은 저녁을 먹었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흐린 날이 지속되었다. 새벽 내 비가 왔는지 축축했다. 사라져 버린 준현, 준현아 너는 어디 있는 거니. 해연은 옆에서 자고 있는 민서를 보고 있었다. 아직 민서가 잠이 깨려면 2시간은 더 있어야 했다.


해연은 옷을 입고 밖을 나섰다. 비가 다시 오기 시작했다. 해연은 비를 맞으며 정처 없이 길을 걸었다. 

준현이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2.

준현은 죽었나요?

2

준현은 왜 연락이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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