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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Jul 18. 2023

겨울이 오면 빙수가 먹고 싶고 여름이 되면 호빵을 먹고

겨울이 오면 빙수가 먹고 싶고 여름이 되면 호빵을 먹고 싶어 하지     


겨울이 오면 호빵이 먹고 싶고 여름이 되면 빙수를 먹고 싶어. 1년을 보내고 싶다는 말이야. 1년 만 보는거냐고? 더 들어봐. 겨울이 오면 빙수가 먹고 싶어 질 거야. 그리고 여름을 기다리겠지. 여름엔 호빵이 먹고 싶어 질 거야. 빙수를 먹고 호빵을 먹고 빙수를 먹고 호빵을 먹고. 살이 포동포동 찔 거야. 살이 막 찌는 게 아니라 포동포동이어야 돼. 70살까지 포동포동이 아니면 서로에 대한 사랑이 없는 것 같이 느껴져. 너와 나 둘이 합쳐서 200kg는 만들자. 물론 너는 140kg 나는 60kg이야. 뭐? 그런 게 어디 있냐고? 여기 있지. 난 할머니가 되어도 예쁜 할머니가 할 거니까.       


지금은 호빵이 먹고 싶냐고? 음 글쎄 하루종일 먹는 이야기 하니까 배고파졌어. 스파게티 먹을까? 생각 없다고? 아니. 내가 먹고 싶어졌어. 크림이랑 토마토 중에 고민이긴 한데 얼마 전엔 크림으로 먹었으니 이번엔 토마토로할래. 아. 주. 맛있겠지? 조금만 더 자고 있어. 나오라고 하면 나와야 해. 요리에 집중할 거니까. 요리는 집중해서 만들고 싶거든. 그렇다고 진짜 깊은 잠을 자면 깨물어서 놀라게 할 거니까 눈만 감고 있어. 그럼 내가 없는 이곳에서 어렵고 힘들고 슬프겠지만 잠시만 떨어져 있자. 혼자 있을 수 있지?      


면을 익히고 스파게티 소스만 뿌린 거 아니냐고? 여기 면을 뒤집으면 보이지? 양송이버섯, 새송이 버섯, 통마늘, 방울토마토, 그리고 잠시만 치즈가루랑 파슬리가루 뿌리는 걸 깜빡했어. 다시 사진 찍어야겠어. (찰칵)

그리고 베이컨, 소시지, 양파, 브로콜리, 언제 이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하지? 참 잘 자더라. 그래서 얼마나 자나 지켜봤어. 힘들게 요리하고 들어왔더니 계속 자고 있었어. 멀리서 볼 땐 죽은 줄 알았는데 아무 미동도 없이 누워있길래. 다행스럽게도 가까이 가니까 새근새근 숨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거 보니까 얼마나 귀여워. 스파게티를 먹일 생각에 깨우려다가 한참 바라봤잖아. 바로 깨우지 그랬냐고? 그럴걸 약간 후회해. 나 요리하느라 배가 고팠는데 그것도 모르고 잔 거지? 어렵고 힘들고 슬픈 표정 없이 아주 편안하던데? 그래도 이렇게 잘 먹으니까 좋다. 다 먹었으면 산책 나갈까? 빨리 바지나 입어. 귀찮다고? 바지 입습니다 실시.   

  

나는 이런 날이 좋더라. 비가 올 것 같은데 비가 오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날씨? 나는 코가 발달됐나 봐. 냄새로 날씨를 잘 맞추잖아. 지금 날씨 냄새는 비가 올 냄새가 아니야. 나 고백할 게 있어. 아까 요리한 양은 사실 3인분이야. 양이 많은 것 같다가 아니라 양이 많았던 거지. 요리를 하다가 간을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됐어. 아니 처음부터 면을 많이 잡았나? 그래도 다 먹긴 했어. 나도 양이 늘었잖아. 이거 봐 내 배 나온 거. 그래도 지금은 200kg가 되면 안 되니까 산책을 해야 해. 이 동네는 참 걸을 데가 많아서 좋아. 벤치도 많고 나무도 많고 고양이도 많아. 저기 봐 고양이다. 길 고양이인데 너무 귀여워. 뭐 나보단 안 귀엽다고? 아니 아무 말 안 했다고? 분명 쟤보다 안 귀엽다 한 것 같은데. 빨리 듣고 싶은 말 해주거나 뽀뽀해 줘. 이 사람이 또 말로만 때우네. 그럴 줄 알았어. 그렇게 말로만 넘어가려고 안 했으면 좋겠어. 갑자기 내가 말도 없이 먼저 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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