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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지망생 Jan 27. 2016

"머리를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알을 품은 섬,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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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땅에선 아기가 태어나면 이마를 돌로 눌러둔다. 그럼, 이마가 납작하고 코가 높아진다. 하지만 알에서 태어난 자들은 생김새가 다르다. 그들은 코가 낮고 이마가 둥글었다. 이마가 단단한 그들은 물동이를 이고 가기에도 편했고, 머리를 부딪쳐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대체로 몸집도 좋아서 힘든 일을 하기에 맞춤이었다.  

   

가야 사람들은 해마다 봄이 되면, 남쪽 땅 끝에서 바닷길로 100리쯤 떨어진 섬으로 배를 몰고 나갔다. 잘  마른땅을 골라 서너 자 깊이로 파내면, 크고 작은 항아리가 나오는데, 그걸 배로 싣고 왔다.     


볕이 좋은 날을 골라, 항아리를 북쪽 산꼭대기 거북이 바위에 올려놓고 열두 날을 기다린 뒤, 여러 마을을 대표하는 노인들이 산에 오른다. 이날은 노인들이 흠뻑 취하고 땀 흘린다. 후끈후끈한 물로 몸을 씻고, 술과 고기를 배불리 먹은 노인들은 거북이 알이라 불리는 항아리를 때리며 노래를 부른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라.”     


노래가 끝날 때쯤이면, 항아리가 쩍 갈라지고 벌거벗은 사람이 나온다. 가야 땅에선 그들을 거북이 알에서 난 자들이라고 불렀다. 붉게 달아오른 쇠붙이로 지져진 얼굴이 그들의 표식이었다.

     

떠돌이 소년 기불은 이마가 불룩했다. 그러나 얼굴에 불로 지진 자국은 없었다. 가야 땅 토박이도 아니지만, 알에서 난 자도 아니다. 기불 역시 자기 부모를 몰랐다. 아주 어릴 때부터 왜인들 틈에서 자랐다. 왜인들의 말과 풍속에 익숙했지만, 그들과 다른 점도 많았다. 이빨을 검게 물들인 왜인들과 달리, 기불은 이빨이 희었다. 그러나 기불의 생김새가 평범한 것도 아니었다. 기불은 머리를 박박 깎았다. 까칠까칠 자른 머리카락 사이로 흉터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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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알을 품은 섬'


첫 번째 이야기 :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두 번째 이야기 : "머리를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세 번째 이야기 : "활 잘 쏘는 자가 왕 노릇 하는 까닭"

네 번째 이야기 : "화살 맞아도  끄떡없으니 활쏘기란…" 

다섯 번째 이야기 : "화살이 눈에 박히자 가야 전사들은"

여섯 번째 이야기 : "그 활로 나를 쏘거라"

일곱 번째 이야기 : "그들을 나와 함께 황천으로 보내라"

여덟 번째 이야기 : 왕이 제 자식 죽인 자를 접대한 까닭

오리 모양 토기는 가야의 대표적인 토기다. 사진은 울산 중산리유적에서 출토된 높이 32.5㎝의 오리모양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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