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품은 섬, 세 번째
얼굴이 여드름으로 오돌토돌하여질 나이가 됐을 때, 기불은 왜인들 틈을 떠나 북쪽을 떠돌았다. 그때 만난 부여 노인에게 활쏘기를 배웠다. 왜인들에겐 없는 재주였다.
머리를 박박 깎은 부여노인은 기불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멀리 북쪽 나라에선 활 잘 쏘는 사람을 왕으로 모신다. 거기엔 다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날씨가 습하면 풀이 녹아 눅눅해지는 게 활이다. 힘껏 당겨도 화살이 제대로 날지 않는다. 바람이 세면 센 데로, 약하면 약한 데로 겨냥을 달리 해야 한다.
바람이 찬지 더운지, 젖었는지 말랐는지, 센지 약한지를 두루 살펴서 시위를 당겨야 한다.
생각이 치우친 자는 화살도 똑바로 날릴 수 없다.
평소 곰 같은 힘을 뽐내던 자도 장검을 뽑아 들고 뛰어드는 적 앞에선 마음이 졸아든다.
힘줄이 풀려 시위를 당길 수 없고, 팔이 흔들려 겨냥을 할 수 없다. 평정심을 잃으면 눈앞의 적에게 화살 한대조차 박아 넣을 수 없다.
거꾸로 바느질이나 하던 아녀자라 해도 마음만 차돌 같으면 뛰어드는 범의 아가리에 화살을 꽂을 수 있다.
이는 곧 활을 잘 쏘는 자는 마음 역시 잘 다스린다는 말이다.
세상이 혼란하고, 바람이 어지러울수록 차돌 같은 마음 주변에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다.
활쏘기란 마음을 무겁게 다잡는 일이고, 무리를 이끄는 자라면 반드시 익혀야 할 일이다. 매일 새벽마다 활쏘기를 게을리하지 말거라.”
떠돌이 소년 기불이 거리를 돌아다닐 때면, 그의 활 솜씨에 관한 소문도 먼지처럼 흩날렸다. 소문이 진짜인지를 묻는 사람들 앞에서 소년은 그저 씩 웃기만 했다.
소설 '알을 품은 섬'
첫 번째 이야기 :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두 번째 이야기 : "머리를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세 번째 이야기 : "활 잘 쏘는 자가 왕 노릇 하는 까닭"
네 번째 이야기 : "화살 맞아도 끄떡없으니 활쏘기란…"
다섯 번째 이야기 : "화살이 눈에 박히자 가야 전사들은"
일곱 번째 이야기 : "그들을 나와 함께 황천으로 보내라"
여덟 번째 이야기 : 왕이 제 자식 죽인 자를 접대한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