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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정의

더 이상 건강할 수 없는 사람들

by Mia 이미아

건강이란 무엇일까? 전통적 의학 모델인 WHO의 정의(1948)에 따르면 건강이란 "질병이나 허약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를 말한다.


우리는 흔히 건강을 '운동을 하고 잘 먹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혹은, 노력으로 달성 가능한 상태'로 인식한다. 일반적인 건강 상식에서 운동 후 찾아오는 근육통은 오히려 좋은 신호다. 조금 아프더라도, 하루 이틀 쉬고 나면 몸은 금세 회복되고, 다음번엔 같은 운동을 더 잘 견디는 방식으로 근육이 생성되고 강화된다.


하지만 내 몸은 그 공식에 들어맞지 않았다. 같은 통증이 반복되고, 회복은 점점 더뎌졌다. 내게 건강은 ‘회복력’이 아니라 ‘균형을 잃지 않는 일상 유지’에 가까웠다.


만성질환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 하단에 [건강의 정의]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을 첨부했다.



지난 5월 27일부터 7월 7일까지, 나는 42일 동안 NOW Alpha Lipoic Acid 100mg을 복용하며 ‘자체 임상 실험’을 진행했다. 이 보조제는 항산화 작용과 신경 건강 유지, 혈당 조절, 피부 개선 효과를 내세운 제품이었다. 거의 모든 약과 영양제에서 부작용을 경험해 온 나에게 이 시도는 절박한 선택이었다. 속 쓰림과 메스꺼움을 피하기 위해 식사 중간에 복용했고, 극심한 피로로 복용 시간을 아침으로 바꾸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몸이 무겁게 가라앉고, 피부에는 알 수 없는 발진이 생겼다.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통증이 보조제 때문인지, 아니면 늘 과민하게 반응하는 내 몸 때문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6월, 손 마사지를 위해 잠시 사용한 스트레스볼로 인해 팔과 어깨, 견갑골에 극심한 통증이 생겼다. 20일 넘게 지속된 뒤 겨우 회복되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같은 증상이 다시 나타났다. 그제야 알파리포산 복용을 의심했고, 복용을 중단했다. 2~3일이 지나자 어깨와 목의 움직임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통증은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나는 이 경험을 ‘42일간의 임상 실험 대실패’라 불렀다. 42일 동안 나는 내 상태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매일 대화하던 친구들에게조차 연락하지 못했고, 글 몇 편을 간신히 완성했을 뿐이다. 나는 또다시 긴 시간을 낭비했고 실패했다. 실패했다, 그 시간을 더 나은 방법으로 보낼 수 없었을까 라는 자책이 이어진다.



이런 생각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하던 중, 봄에 투고했던 원고가 실린 잡지가 도착했다. 주제는 자아성찰과 자비였다. 완벽함을 강요받으며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기를 바라는 글이었다. 다시 읽으며 느꼈다. 과거의 내가 오늘의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완벽할 필요가 없었다.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듯, 우리는 시행착오를 통해 배워가고 있을 뿐이다. 실수는 우리가 살아가며 얻는 경험의 일부이고, 불완전함은 성장의 기회를 품고 있는 터전이다.
당신이 겪은 모든 아픔과 좌절이 온전히 당신의 탓만은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통제할 수 없는 변수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니 그런 순간에도 자신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인 건강 관리의 원리는 ‘견디면 강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성질환자에게 이 말은 통하지 않는다. 저강도 활동 후에도 찾아오는 극심한 피로와 통증은 경고 신호다. 그 신호를 무시하는 순간, 회복은 멀어진다. 견디지 않아야 할 때를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미묘한 차이를 알아채는 것이 삶의 질을 좌우하지만, 그 한계선을 그어내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이런 좌절감이 들 때마다 자책을 멈추고 부정적인 기분이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에 가장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좌절감이 들어도 절망하지 않도록 사실과 환상을 구분하고, 남들이 말하는 건강과 내 몸이 말하는 건강의 다름을 인지하려고 노력한다.


내 일상에서 ‘운동 후 통증’이라 불리는 것은 오히려 경고음이다. 단순한 설거지나 손 스트레칭 같은 일상 활동도 때로는 며칠간의 '후폭풍(Post-Exertional Malaise)'으로 이어진다. 상처는 나중에야 발견되고, 피가 말라붙은 자국이 남는다. 내 몸은 회복이 아니라 소진을 반복하며 점점 약해진다.


이 모든 증상은 만성 피로 증후군(ME/CFS)과 자율신경계 장애의 특성과 맞닿아 있다. 내 몸의 에너지 생산 시스템은 늘 한계에 다다라 있고, 작은 자극에도 통증은 오래 지속된다.



알파리포산 실험이 실패한 이유는 명확하다. 근본적인 신체 메커니즘의 이상은 단순한 보충제 복용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도는 병원 문턱이 너무 높고, 의사가 내 이야기를 듣지 않던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절박한 몸부림이었다.


그 실패를 통해 나는 또 한 번 내 몸의 언어를 배웠다. 동시에, 내가 넘어설 수 없는 한계와 현실을 더욱 명확히 깨달았다.


일반적인 건강 관리가 말하는 "적응과 강화"는 어떤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만성질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가 아니라 자기 연민이다. 내 몸은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내가 느끼는 이 통증과 피로감이 어떤 신호인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나 자신에게 보내는 끊임없는 자비와 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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