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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garden Nov 01. 2019

그가 운다

나는 내가 선택해 온 내 삶이 좋다


지난주 면접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같은 날, 같은 도시로 움직였다. 우린 전날 시댁에서 자고 아침 일찍 수서로 가는 SRT를 타고서 말이다. 둘다 면접 복장으로 차려입고 바쁜 사람들 사이에 우리를 밀어 넣었다.


10시 면접에 9시에 도착했다. 시간이 여유가 있던 남편은 나를 데려다 줬다. 빨리 도착한 우리는 넓직한 공원터에 마련된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한동안 말이 없던 그에게 '무슨 생각을 하냐?'고 물었다.


남편이 말했다.


어, 아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네 뒷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좀 찡했어.


가슴이 찡했다고? 왜?


나랑 결혼하고 좋던 직장 그만두고 같이 해외생활 하느라 고생한 세월이 뒷모습을 보고 읽혀서 기도했지. 하나님, 우리 와이프 그동안 고생했어요. 이제 다시 일하고 싶어하니 좋은 곳으로 이끌어주세요. 라고..


그 말을 듣는데 그 마음이 알아져서  끝이 시려다.


고생은 무슨, 그래도 그 기도 꼭 하나님이 들어주시면 좋겠다.


라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실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고생은 무슨 고생이야. 나 좋자고 한 일인데. 내가 좋아서 한 일인데. 게 고생은 아니었어. 물론 세월이 갔고 나의 커리어도 갔지. 아이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 하지만, 사실 나 엄청 행복했어. 사랑하는 당신 옆에서, 사랑하는 아이들 낳고, 어려울 때 어려운대로, 또 즐거울 때는 즐거운대로, 나는 매일 매일이 행복했어. 다 나 좋자고 한 일이야, 내가 자기 따라 다니면서 희생한 거 아니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기엔 이성적인 사고를 무장해야 되는 면접을 앞두고 있었기에, 한없이 감성적이게 될까봐 말을 아꼈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나의 선택을 의아해하기도 했고, 나의 선택을 보며 나를 둘러싼 환경을 추측하는 말을 기도 했다.


결혼할 때는 시댁이 얼마나 큰 부자인지 궁금해했다. 시댁에서 한 달 용돈을 얼마 받느냐고 물어보는 직원도 있더라. 그렇지 않고서는 대학원생이랑 결혼할 리가 없다고 다들 생각하는 듯했다. 직장 그만둘 때는, 부모님이 무엇하시는지를 물었다. 만족하는 답이 나오지 않자, 시부모님이 무엇하시는지를 물었다. 역시 원하는 답이 아니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는 내가 선택해 온 내 삶이 좋다. 그 선택을 위해 가까운 가족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설득해야 했고 그 이후에도 그 선택의 결과가 화려하지는 않더라이런 삶은 이런 삶대로 꽤나 멋진 것임을 증명하고도 싶었나 보다. 그렇다고 막 보여주고 또 그런 과도 아니다. 그냥 내 삶을 주어진대로 사랑하고 이끌어가며 행복을 선택하는 일이 내가 해 온 방식이라면 방식이다.


어제, 남편이 면접 본 곳에서 합격했다고 전화가 왔다. 나는 보기 좋게 떨어졌다. (1명 뽑는데 31명 면접이 웬 말인가. 다음 글에서는 이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한다.) 남편이 좋은 마음으로 잘 출근할 수 있도록 원해야겠다. 다시 서울로 가는구나. 미세먼지 심해도 난 이 공기가 꽤나 그리웠는지 코를 킁킁거리며 '서울 공기 좋다.'며 웃었다. "공기야, 이제부터는 깨끗해져라."하고 중얼거려 본다. 그리고 우리가 가니까 우리가 살 곳, 만날 사람, 갈 학교, 모두모두 잘 준비되어 가기를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가을에 들어서면 했던 '모든 축복이 우리에게 흘러오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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