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파트 진짜 제가 낙찰 받은 거예요?
경매 개시일까지 D-2, 급하게 경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몇 년전 부동산 공부를 하려고 알아볼 때 추천 받은 책이 몇 권 있었는데 그 중 경매 관련된 책이 있었다. 당시 사놓고 읽지는 않고 있었는데, 경매를 하지 않더라도 읽어보면 부동산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사두고 책장에 꽂아놓기만 한 책이었다.
당시 회사 일이 바빠 주말 출근도 종종 하던 때였는데, 일을 끝내놓고 이 책을 회사에서 보고 있었더니 팀장님이 빵 터지셨다.
경매 한다는 애가 지금 책을 보면 어떡하니! 너는 무슨 집을 가방처럼 사냐.
것도 그런게 몇 달을 공부하고 고심 끝에 입찰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무 것도 모르고 급하게 경매로 집을 산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얼마나 걱정스러워 보였을까. 그래도 이미 하기로 한거 무르기도 그렇고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이 책은 초보가 봐도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있고 여러 가지 실제 사례를 들어 권리 분석을 해주기 때문에 내가 입찰 하려는 물건과 비교하며 이해하기가 정말 쉬웠다. 읽다 보니 왜 경매랑 상관없이 이 책으로 부동산 공부하는 게 좋은지 이해가 됐다. 등기부등본에서 볼 수 있는 여러가지 권리들을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나같은 초보가 부동산 지식을 얻기 정말 좋았다.
토요일: 경매 입찰 결정
일요일: 급하게 경매 공부, 내 물건 권리 분석
월요일: 입찰 도전
이라는 지금 생각하면 무모하고 겁 없는 일정으로 경매의 세계에 뛰어들게 되었다.
입찰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도장과 보증금 10%(입찰액의 10%)이다. 도장이 집에 있는 줄 알았는데 부산에서 안 가져온 것을 일요일 저녁에 알게 되어서 부동산 사장님께 급하게 조립 도장을 빌렸고 보증금 10%도 계좌이체로 가능하겠지? 하고 아무 생각 없이 갔다가 수표나 현금으로만 입찰 가능하다고 해서 경매 개시일 당일 아침 급하게 은행으로 뛰어가야 했다.
경매 입찰은 10시에 개시되어 11시 10분에 마감이 되는데, 10시 조금 넘어 법원 바로 앞에 있는 은행에 도착했는데 그 날 따라 무슨 상담 건이 그렇게 많은지 11시가 다 되어가도 내 차례가 안 돌아 오더라. 만약 보증금을 못 찾아서 입찰에 못 들어가면 내 집이 아니겠거니 하고 포기하고 있던 중 11시에 내 번호가 호출되었고 급하게 보증금을 수표로 찾아 다시 법원으로 뛰어갔다. 그리하여 11시 7분에 턱걸이로 제출할 수 있었다.
부동산 사장님이 정 안되면 사장님 돈으로 수표 찾아오신다고 인근 다른 은행으로 달려간 상황이었다. 얼렁뚱땅도 이런 얼렁뚱땅이 없었다.
법원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을 하면 안되어서 사진은 없지만 그날 경매에 나온 집들이 수십 채가 있었고 입찰에 들어가는 사람들, 경매 공부 하던 중 체험하러 온 사람들 등등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입찰 마감이 되면 법원에서 제출된 것들을 모두 취합하여 물건 하나하나씩 최고가 낙찰인, 다음 순위 입찰자를 불러주고 낙찰인에게는 영수증을 발급해 준다.
모두가 관심 갖는 물건이 나오면 입찰자들 간에 기싸움이 장난 아니라고 한다. 입찰신청서를 직접 손으로 써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금액을 쓰는지 다들 눈치게임을 한다고 한다. 나는 경매 사장님이 적정 금액을 써주셨는데 나는 물론 같이 간 부동산 사장님께도 비밀에 부치고 몰래 작성하셨다.
그날 13억에 나온 아파트가 있었는데 대략 마흔명 정도의 사람들이 그 집에 입찰을 했고 어떤 젊은 분이 15억에 낙찰받아 가셨다. 내가 입찰한 아파트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진 않았는데, 아마 그 13억 아파트가 그 날 가장 핫 한 물건이었던 것 같다.
최고가 매수인 수수 ###원에 낙찰
낙찰이 되면 앞으로 나가서 영수증을 받는데 어벙벙 하여 정신을 못차리고 있으니 법원 직원이 제대로 인지하고 계신거 맞냐고 하더라. 사실 그 날 하루 종일 실감도 안나고 정신이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오른손에는 낙찰 영수증, 왼손에는 대출 이모들이 쥐어준 대출 명함들이 가득했다. 어벙벙한 정신과 양손에 들린 종이뭉치들을 들고 회사로 향했다.
낙찰은 받았고 이제부터 경락잔금대출 알아보기가 시작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