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선선함을 넘어 서늘한 바람이 분다.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꼭 하는 일이 있다.
발목까지 가리는 양말 신기.
수족냉증인으로서 긴목양말은 필수다.
며칠 전 양말을 꺼내신으며 여름이 끝났음을 절감했다.
잠깐의 외출에도 속옷까지 흠뻑 젖어 찝찝해하며 얼른 끝나버리라고 저주했던 여름인데, 막상 진짜로 가버렸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여름은 참 요상하다.
나뭇잎으로 꽉꽉 채워진 초록빛, 쨍하게 빛나는 파란 하늘, 귀가 아플 정도로 울려 퍼지는 매미소리가 벌써부터 아련하다.
여름 내내 투덜거리며 얼른 가을이 오기를 바랐으면서.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곧장 나뭇잎들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직 채 단풍도 들지 않았는데, 떨어지는 잎들이 야속하다.
가을은 역시 쓸쓸하다니까.
아직까진 기껏해야 나무 끝자락에 노랗게 변한 잎들이 전부지만, 알록달록 화려하게 물들 찰나의 날들을 기다리며 꺼내보는 지난가을의 단풍들.
고백하자면 빨간 단풍을 보고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좀 부담스럽달까.
역시 노란 잎이 좋다.
양옆으로 나무가 펼쳐져 있는 길을 좋아한다. 걸을 때도, 운전할 때도.
남편이 운전 중일 때, 이런 가로수길을 지나면 부러워서 배가 아프다. 저 운전대를 내가 잡았어야 했는데!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가을이 얼마나 예쁜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 예쁨이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 지도.
학교정문을 지나 강의실까지 가는 길에는 은행나무가 쭈욱 심어져 있었는데 그 풍경을 천천히 보고 싶어서 일부러 셔틀을 타지 않고 걸어가곤 했다. (걷는 걸 싫어하는 나에게는 무척이나 대단하고 예외적인 일이다. )
처마 아래에 앉아서 보는 단풍이 알록달록 예쁘다.
사진만 봐도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파란 하늘 아래 노랑, 빨강의 나무들.
산책할 맛 나는 색감.
가을단풍은 봄 벚꽃과 닮았다.
일주일 남짓 사람들 마음에 불을 지피고는 사라진다.
잠시잠깐의 찬란함이 아쉽다.
그래서 또 1년을 기다린다.
빨간색이지만 예쁘긴 하네.
이렇게 보니 귀엽기도 하고.
캬.
누가 단풍 안 예쁘다고 했냐.
가을 정취 물씬.
안 예쁘다더니 사진은 또 언제 이렇게 찍었는지...
단풍시즌을 맞아 정말 안 좋아하는 등산도 해보고.
가을 단풍으로 물든 산도 실컷 구경해 본다.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얼른 단풍시즌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런데 또 그렇다는 것은 곧 올해가 끝난다는 거니까 천천히 와줬으면 싶은 바람도 들고.
어찌됐든 겨울이 오기 전에 이 좋은 날씨를 성실히 즐겨봐야겠다는 다짐으로 마무리.
다음 편은 올 가을 리얼 산책기로.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