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을 오해했던 나에게.
나는 대체로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처럼 나 스스로 생각을 조작했다.
"난 괜찮아. 이 정도쯤이야 뭐."
생각보다 정말 괜찮은 적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적도 있었다. 처음엔 어차피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일인데 괜히 남 탓을 해서 뭐하나 싶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나 자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그동안 내가 했던 수많은 허락 속엔 단호히 거절한다 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들도 꽤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왜 굳이 '무리'를 하면서까지 남들의 비위와 기분을 맞추고 있었던 걸까?
그것은 나 자신이 제멋대로 정해 놓은 '나'란 사람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언제든 밝고 긍정적이며 호의적인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던 거다.
나는 그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고 싶지 않았고, 나도 모르게 계속 "Yes"만을 연발하고 있었다.
그렇게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긍정을 하고는 뒤에서 후회하거나, 어떨 땐 상대방을 속으로 원망하기까지 했다.
내 감정과 기분을 무시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감정을 속여가면서까지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맞출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
이제는 대답을 하기 전에 자신에게 한 번 더 질문을 할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No"라고 말하는 순간, 진정으로 나 자신이 내 편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의외로 사람들은 나의 거절에 둔감한 반응을 보였다. 어쩌면 나의 거절에 가장 민감한 사람은 나 스스로였을지도 모른다.
정말로 나 자신이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자부했었다면 그토록 거절하기 힘든 성격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되레 부정적인 성격을 숨기기 위해 부단히 애써온 노력이 나도 모르게 긍정 로봇을 만든 것뿐이리라.
나는 결국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두려워 제대로 된 거절을 하지 못하고, 그것을 스스로 긍정이라 착각하며 살아온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긍정은 모든 물음에 무조건 'YES'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믿고 그에 따라 행동했을 때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스스로에게 갖는 믿음이 아닐까.
우리는 누구든지 아니라고 말할 권리가 있다. 때로는 솔직함 그 자체가 자신만의 매력으로 발산되기도 한다. 이제라도 엉성한 착한 사람 코스프레를 관두고 당당하게 "No"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