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의 그런사람 또없습니다.]
천 번이고 다시 태어난 대도 그런 사람 또 없을 테죠
슬픈 내 삶을 따뜻하게 해준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그런 그댈 위해서 나의 심장쯤이야 얼마든 아파도 좋은데
사랑이란 그 말은 못해도 먼 곳에서 이렇게 바라만 보아도
모든 걸 줄 수 있어서 사랑할 수 있어서
난 슬퍼도 행복 합니다
나 태어나 처음 가슴 떨리는 이런 사랑 또 없을 테죠
몰래 감춰둔 오랜 기억 속에 단 하나의 사랑 입니다
그런 그댈 위해서 아픈 눈물쯤이야 얼마든 참을 수 있는데
사랑이란 그 말은 못해도 먼 곳에서 이렇게 바라만 보아도
모든 걸 줄 수 있어서 사랑할 수 있어서
난 슬퍼도 행복 합니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아도 그대 웃어준다면 난 행복할 텐데
사랑은 주는 거니까 그저 주는 거니까 난 슬퍼도 행복합니다
은서가 태어나던 날, 하늘은 눈부시게 맑았고, 진우의 세상은 조용히 무너졌다.
아내는 은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산부인과 복도, 진우는 하얀 보자기에 싸인 작은 아이를 품에 안았다.
아이가 눈도 뜨지 못한 채, 가느다란 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그는 다짐했다.
“네가 숨 쉬는 모든 순간, 아빠는 너의 바람막이일 거야.”
은서는 잘 자랐다.
처음 걷던 날, 처음 “아빠”라고 불러준 날, 유치원 발표회 무대에 올랐던 날, 수학 시험에서 17점을 맞고 집에 울며 돌아오던 날. 모든 순간이 진우에겐 선물이었다.
“은서야, 아빠는 네가 나에게 온 것만으로도 이미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
그 말은 하지 못했지만, 단 하루도 한순간도 사랑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시간이 흘러, 은서는 대학에 가고, 직장에 들어가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준비했다.
진우는 딸의 손을 처음 잡았던 날을 떠올렸다. 지금은 누군가가 그 손을 잡고 세상을 함께 걸어갈 것이다.
그는 눈을 감았다. 행복했다. 그렇게 믿었다.
은서는 결혼식을 두 달 앞두고 갑자기 쓰러졌다. 병명은 확장성 심근병증(Dilated Cardiomyopathy). 진우는 의료진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심장이식이 아니면, 수명이 길지 않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조건이 맞는 기증자를 찾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날 밤 진우는 병원 옥상에 섰다. 어둠 속에서, 자신보다 먼저 떠나간 아내를 불러보았다.
“당신, 내가 잘 키웠지? 우리 은서, 다 컸어. 이제, 행복해질 차례야. 그런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은서는 회복이 빨랐다. 의사들은 ‘기적’이라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 날짜도 다시 잡혔다. 그 모든 것이 꿈같았지만, 아빠가 보이지 않았다.
“출장이랑 겹쳐서 못 갈 것 같다.”
문자 한 통이 마지막이었다.
결혼식장. 하객들 앞에서 은서는 혼자 입장했다. 음악이 흐르는데 자꾸만 돌아보게 되었다.
“아빠는 늘 내 뒤에 있었는데…” 은서는 혼잣말을 했다.
며칠 후, 신혼집에 도착한 밤. 남편이 작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아버님이 남기고 가신 거야.”
그 봉투는 너무 가벼웠고,
그만큼 무거웠다.
우리 은서에게,
아빠는 늘 네 뒤에 서 있었지. 손잡지 않아도 함께 걷는다고 믿었어.
네가 처음 울던 날, 처음 웃던 날, 첫사랑에 울고 나서도 괜찮다고 말하지 못했던 날,
그 모든 순간이 아빠에겐 기적 같았단다.
은서야.너로 인해 내가 살아온 시간이 매일 감사였단다.
너는 내 삶이었고,나의 기쁨이었고,
아빠가 이 세상을 견딜 수 있는 이유였어.
나 없이 살아가는 게 미안하고 네 곁을 오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아빠는 늘 너 안에 있을 거야.
새벽에 깨어 혼자 울고 싶을 때 바람이 너를 쓰다듬는다면 그건 아빠야.
손이 시려 올 때, 네 심장이 뜨겁게 뛴다면
그건 아빠가 너에게 "괜찮아, 내가 함께 있어"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
그리고 항상 네 곁에 있을게. – 아빠가
편지를 읽는 동안 은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
새롭고, 낯설고, 그러면서도 너무 익숙한 리듬.
“아빠…”
세상에는 말하지 못한 사랑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중 가장 깊고 절절한 사랑은 부모의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이야기 속 아빠는, 자신의 삶 전체를 한 사람을 위한 존재로 살았습니다.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수많은 순간을 뒤에서 지켜보며, 끝내 그 사람의 삶을 위해
자신을 남김없이 내어놓았습니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그런 사랑을 위한 노래입니다.
모든 걸 주고도 돌아오는 것을 바라지 않았던 사람의 이야기인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