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입원기 1 : 새로운 세상

by 김마음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보호병동은 A관 7층에 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바로 앞에 철문이 막고 있었다. 시큐리티 요원에게 물품 검사를 받고, 신원 증명을 마치고 나서야 병동에 들어갈 수 있었다. 병동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한 건 환자복으로 갈아입는 일이었다. (병동 모든 공간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어서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공간은 샤워실뿐이다.)


입고 갔던 외출복과 개인물품은 간호사 선생님이 캐비닛에 넣고 잠그셨다. 충전 케이블, 쪽집게, 손톱깎이, 거울 등 위험한 물건들도 모두 잠금 처리 당했다. (이것들이 위험한 물건이라는 것도 신기했다.) 캐비닛에 있는 물건들은 퇴원할 때 열어서 돌려준다고 하셨다.


짐을 정리하면서 휴대폰과 이어폰도 가져가셨다. 이건 의사 지시사항으로, 휴대폰 사용 가능 처방이 있기 전까지는 사용이 불가하다고 하셨다. 바깥세상과의 완전한 단절을 의도하신 것 같았다.


잠시 병실 침대에 앉아 내부를 구경했다. 보호병동의 병실은 전부 3인실로 구성되어 있고, 남자 방과 여자 방은 분리되어 있다. 병실 내부에는 작은 세면대가 있고, 테이블이 붙어있는 침대와 캐비닛이 3세트 비치되어 있다. 내가 배정받은 병실에는 처음에 아주머니 한 분만 계셔서 며칠 동안 2인 1실로 쓸 수 있었다.


...


병동에서 새로 배정받은 교수님과 면담을 했다. 교수님도 내가 자살 위험성이 큰 환자라고 판단하셨는지, 당분간 여기서 지내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하셨다. 천천히 회복하고 나가자며 "김마음 님 입원 기간 좀 길게 볼게요."라고도 말씀하셨다.


내가 병동에 올라갔을 때 저녁식사 시간이었는데(병동 저녁 식사는 오후 5시부터 나온다.) 면담을 끝내고 나오니 저녁 6시였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식사를 마친 상태였다. 원래 밥차가 오면 스스로 식판을 빼서 자리로 가져가야 하고, 다 먹은 식판은 다시 밥차에 넣어야 한다. 나는 면담 때문에 식사가 늦어져서 간호사 선생님이 식판을 따로 빼놓아주셨다.


뒤늦게 혼자 저녁을 깨작거리며 먹는데, 처음에는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이게 뭐지? 무슨 상황이지? 나 지금 어디 있는 거지? 몇 시간 전만 해도 우리 집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이 좁은 침대와 테이블과 병실 공간은 뭐지. 여기서 정말 2주 이상 지내야 한다고?' 그때까지도 나는 병식이 없었다. 내가 환자라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했다.


그렇게 밥을 먹으면서 계속 웃음이 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울컥했다. '여기 정신병원이라고? 나 환자라고?' 믿을 수 없었다. 보호병동에 갇혔다는 게 갑자기 실감 나기 시작했다. 눈물 때문에 목이 막혀 밥이 더 이상 넘어가지 않았다. 다행히도 자의 입원으로 처리해 주셔서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나갈 수는 있었지만, 적어도 남편의 출장이 끝날 때까지는 버텨보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그런데 벌써부터 집이 그리웠다.


...


휴대폰 없이 버티는 저녁 시간은 너무 길었다. 공용 공간에 나가서 책을 두 권 골라왔다. 책이라도 읽으며 시간을 보내보려 했다. 하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365일 24시간 CCTV가 돌아가는 낯선 환경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태연한 척 가만히 앉아 있어도 봤지만, 이내 금방 다시 일어났다. 침대에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책을 폈다가, 접었다가. 행동은 느렸지만 속은 안절부절못했다.


저녁 8시 반이 되자 취침약이 지급됐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병실을 돌아다니며 팔찌에 있는 환자 번호를 확인하고 약을 지급해 주셨다. 물은 각자의 플라스틱 컵에 준비해야 한다. 물과 약을 삼키자 간호사 선생님이 '아-' 하고 입 안을 확인도 하셨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드라마의 내용과 똑같았다.


9시부터는 복도 불이 꺼지고 병실 앞 취침등이 들어왔다. 병실 불은 10시까지만 켜둘 수 있고 10시에는 전체 소등을 한다. 평소 수면제를 먹어도 1시간 안에 잠든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나는 호기롭게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집에서 가져온 노트에 일기도 썼다. 그렇게 열심히 쓰다가, 어느 순간 테이블 위로 쓰러지듯 잠이 들어 버렸다. 면담, 또 면담, 그리고 입원, 낯선 환경에 적응 등 고된 하루에 지쳤던 모양이다. 앉아서 잠든 나를 간호사 선생님이 바르게 눕혀 주시고, 사이드 난간도 올려주셨다.


쓰러지듯 잠들었다가, 네 시간쯤 후에 다시 잠이 깨버렸다. 추가약을 받으러 스테이션으로 나갔다. 쿠에타핀이라는 조그만 알약을 하나 주셨다. 그걸 먹고 두어 시간은 더 잘 수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불편해 내내 뒤척였다.


이렇게 낯선 첫째 날 밤이 지나가고, 정신병원 보호병동의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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