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을 맞이하며
어떠한 의미도 존재하지 않았던,
달력에 기록된 365개의 날짜 중 하나였던
그 날이,
우리가 자란 그 교회의 예배당을
두 손을 잡고 걸어 들어가
사랑의 서약을 맺은 이후로 평범한 날이 아닌
우리에게 '의미'를 가지는 뜻 깊은 날이 되었어.
9월 20일.
그래서 그 날짜를 발견할 때면,
그날을 준비하기까지의 설레임과
그날의 긴장감
그리고
그날 이후로 시작된 소꿉장난 같은
우리의 추억이 떠올라.
그렇기에 지인아,
평범한 한 날이 특별해지기 위해서는
그 하루 속에 감정이 새겨진 추억을
담아야 하는가 보다.
그럴 때에, 그 날은 더 이상
수 많은 날들 중의 한 날이 아니라,
너와 내가 함께 하는
우리의 날들 중의 한가지 의미로
남겨지는 것 같다.
사랑하는 지인아,
365개의 감정을 가진 추억들이 있으면 좋겠다.
한 참을 울었던 날들이든,
한 바탕 웃었던 날들이든,
한 동안 아무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던 날들이든,
하루 하루의 '우리의 날들'이,
있는 그대로의 '우리 둘'이 되었으면 좋겠다.
결혼 4주년,
몇 개의 우리의 날들이 새겨져 있을까.
감정이 새겨진 추억의 나날들이 쌓여
우리의 역사가 만들어지면
'우리 둘'의 달력을 만들어 봐야겠다.
그럴 수 있다면,
우리의 일상이
'빨간 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추억이 새겨진
'우리의 날'들을 기다리며 살 수 있겠지.
사랑하는 지인아,
긴 호흡, 느린 걸음걸이, 따뜻한 눈길로
나와 함께 해주어서 참 고마워,
'우리 둘'만의 달력을 한 해 한 해 채워나가자.
조금 서툴더라도
소박하지만 따뜻한 감정들이 새겨진
추억들을 가득 채워서
그 날들을 살아가자.
2018년 9월 20일 네 번째 결혼 기념일에
사랑하는 갈비뼈 지인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