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럼 여기서 ADHD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커피가 ADHD 치료제로도 적합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겠죠. 앞서 진행된 실험과 같이 숫자를 기억하는 검사는 작업 기억을 측정하는 검사인데 커피가 이 기능을 좋게 한다면 작업 기억력을 위주로 증상을 호소하는(방금 전 들은 것을 잘 잊어버려요) ADHD 환자에 많은 도움이 되겠지요.
실제로 자신이 ADHD인 줄 모르고 지내는 분들이 자가치료로 커피를 과량 마시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저도 아침을 3샷의 아메리카노로 시작해야 목적성 있는 사고 기능이 작동되고 상대방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또, 오후까지 각성과 집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 너 시간마다 추가로 카페인을 채워야 했지요. 직원에게 메신저로 연료 채워야 한다고 전달하면 냉큼 커피를 조달해주었습니다. 매일 6샷 이상의 카페인을 마셔야 했는데 그나마 콘서타를 복용하고 나서부터는 자연스럽게 2~3샷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역시 제게 진단을 받은 많은 성인 ADHD 분들도 그동안 카페인을 자신도 모르게 자가 치료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까지 연구된 결과에 의하면, 카페인은 각성도를 높이는 효과 외에도 논리적인 생각을 잘하게 하면서 반응도 더 빨리 할 수 있도록 해주며 작업 기억력이나 단기 기억력을 올려주어 일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습니다.
2020년, 대규모의 미국 군인을 대상으로 성인 ADHD와 카페인 사용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1239명의 성인 ADHD 진단을 받은 군인과 17674명의 동료 대조군을 비교한 연구인데요. ADHD가 있는 그룹이 카페인 사용(커피 혹은 에너지 드링크)이 월등하게 높았습니다. 그리고 ADHD 그룹을 카페인을 사용한 그룹과 사용하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서도 비교했는데 카페인을 사용한 그룹은 ADHD 증상이 더 경미하고 인지적인 수행 능력이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카페인이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알아본 연구 결과인 것이지요.
하지만 카페인이 치료제로 사용되기에 여러 한계가 있습니다. 최근 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청소년들이 남용하면서 불면과 과민, 우울감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환각과 기억상실과 같은 심각한 정신 증상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작은 진료소에도 말이죠.
주로 두근거림이나 혈압 상승과 같은 심혈관계 부작용이 쉽게 나타나고 이로 인하여 초조감이나 과민함이 생기기 쉽습니다. 또한 집중력에 도움이 되는 시간이 제한되고 자칫 수면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이유로 카페인이 아직은 치료제로서 역할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제한이 있음에도 현재의 제약 기술력이 카페인 효과의 지속 시간과 부작용을 잘 조절한다면 머지않아 카페인이 여러 뇌 기능 치료제로 개조되어 사용되는 날이 올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