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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y Aug 08. 2022

구경은 그쯤에서 끝냈어야 했나?

그래도 박물관은 보고가야

리자이나에 들렀으니, 이곳에서도 무언가 볼것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어서 잠자기전 하나 찾은 것이 Western Development Museum(WDM)이었다. 서부 시대 발전사를 볼수 있을 것 같았고, 또 그 뮤지엄이 있는 곳은 "Moose Jaw"라는 마을이었다. 무스는 이루지못한 우리의 로망이었고 "무스의 턱"이란 이름에 끌린점도 있다. 그런데 호기롭게 그 박물관을 가보기로 하고 출발했는데, 그 길은 우리가 가야할 길이 아니라 반대쪽에 있었다. 리자이나에서 무스자(moose jaw)가 47km의 거리였는데, 어쨋든 결정된 사항, 모두 함께 가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기대했던 것은 캐나다 역사에 대한 전반적인 뮤지엄이겠거니 했는데, 이곳은 차, 비행기, 기차, 썰매, 자전거등 탈것에 대한 것들이었다. 규모는 상당했다. 백인 기숙사에 끌려가 죽은 인디언 아이들의 무덤이 최근에 발견되어 인디언 말살정책이 사회적으로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어서인지, 인디언 아이의 신발이 입구에 전시되어 있던 것을 빼고는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없었다. 나중에 살펴보니, 이 박물관은 4개의 박물관중의 하나로, 운송에 관한 박물관이었다. 초기 RV와 침대 기차등 전시물들은 볼만했다.



그렇게 잘 보고 나와서, 문제가 터진것은 다음 행선지인 위니펙에서 어디를 갈까, 의논하는 중에 발생했다. 나는 위니펙에 스칸디나비아식 온천이 있음을 발견하곤 이곳이 어떨까, 하다가 화살에 맞았다. 막내가 작정한 듯이 길가다 어쩌다 잠시 쉬어갈 수는 있으나 지금처럼 반대방향으로까지 가서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하는" 그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다시는 하고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는 집에 가는데 집중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크게 무언가를 하려고 작정했던 것은 아니었고, 모두가 좋아할만한 것을 고른다고 고른 것인데, 못할 것을 권하는 것마냥 찬바람을 휙날리니, 처음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쩌면 나와 남편만 리자이나와 위니펙에서 그래도 "무언갈, 했다"라는 자기만족을 얻고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여행에서 하는 레파토리 대사를 다시 읊었다. "이 길은 엄마도 처음이고, 어디에 가야, 무엇을 해야 좋을지 가보기전까지는 모른다. 돈도 쓰고 시간도 쓰고 해야 하는데, 싫다는 사람 억지로 가자고 할 이유는 없다. 내 생각엔 옐로스톤에서 온천을 하지 못했으니, 이곳에서 하고가면 어떨까? 그랬기 때문에 제안했던 것뿐이다"며 바로 철회했다.


엄마들은 알겠지만, 가족과 함께 있을 때의 그 결정은 다른 가족 구성원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위주로 결정하지, 정말 나좋은 것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라고 우겨본다.


서쪽으로 다시 돌아가서 관광코스를 밟은(가고 오고 1시간 30분, 플러스 두어시간이 더 소요됐다) 죄로다가 조용히 집에 가는데 집중하자고 다짐했다. 


이민관이 왜 이쪽으로 오느냐,고 물은 이유에 대해서 깨닫는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스카치완에서 매니토바로 가는 길은 캐나다 트랜스라고 불리는 1번 하이웨이인데, 정말 몇시간을 달려도 같은 풍경이다. 노란색 유채꽃이 있으면, 와, 저것좀 봐 그렇게 놀란 표정을 지을 정도로 볼 거리가 없다. 가장 볼만 한 것이 캐나다 화물열차였다. 1번 도로와 함께 달리는 그 열차는 끝에서 끝까지 한눈에 볼수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하고, 전체 몇대의 화물이 매달려 함께 가는지, 그 수를 셀수가 없었다. 한번은 비디오로 담아보려고도 했는데, 몇분을 담아도 기차 앞머리를 발견할 수 없었다. 캐네디언 타이어, 월마트등 우리가 아는 회사의 로고가 찍힌 화물들, 이층으로 얹어진 것들도 있고, 화물에 그림을 그린 것들까지, 그 끝을 보고싶은 마음에 고개를 앞으로 빼보지만, 대체로 실패한다. 어떤 분의 유튜브에서 15분간 기차가 지나가길 기다렸다는 내용을 봤다. 사정에 따라서 몇백대가 한꺼번에 이동하는 것같다. 


캐나다내 운송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 기차겠지만, 남편은 나중에 트럭들 때문에 운전하기 힘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부와 서부를 오가며 열일하는 트럭기사들, 기차회사들이 있지만, 일반 여행객으로 이 길을 운전하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사스카치완에서 자랐다는 아이들의 옛 선생님의 우스개가 생각났다. 사스카치완에서는 집나간 개를 3일간 바라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앨버타, 사스카치완, 매니토바를 묶어서 평원지역(prairie)이라고 한다. 샐쭉한 마음에 나도 막내도 조용했을 무렵, 남편도 잠시잠시 비몽사몽이었다고 나중에 고백했다.


그런데 그런 길을 달리는 중에 갑자기 "퍽"하는 소리가 차에서 들린다. 지나간 길을 돌아보니, 휘어진 나뭇가지같은 것이 도로위에 있다. 그것이 차를 친것 같았다. 갓길에 주차하고 살펴보니, 차 바닥 엔진을 싸고있던 천이 약간 찢어졌다. 그리고 차 범퍼 아래 고무 반쪽이 달아나고 없었다. 나머지 반쪽도 흔들리며 매달려있다. 


남편말로는 도로위에 무언가 떨어진 것이 있었지만, 그걸 피할 도리가 없어서 그냥 지나쳤는데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차를 자세히 보니, 그 거리를 달리느라고, 온갖 벌레들이 부딪쳐 죽은 자국과, 미처 떨어져나가지 못하고 끼어있는 벌레들의 시체들까지 볼만했다. 


나와 막내는 그전에도 운전자의 어려움에 동참하면서 쉬면서 하라고 말했지만, 더 깨어있어주고, 함께 해줘야 함을 느꼈다. 모두 눈을 똑바로 뜨고 운전하는 사람과 함께 협력해야 잘 갈수 있음을. 


아마 이때쯤이었던 것 같다. 함께 그 노래를 불러보자고 했던 것은 바로, 존 뎀버의 Country Road였다. 입에는 붙어있으나 제대로 가사를 알수 없는 그것을 함께 연습하기로 했다. 그 노래는 우리가 달리는 이 "지겨운" 평평한 구간, 언제 집에 갈지 모르는 여행자를 위한 노래였다.


Country Roads

Almost heaven West Virginia
천국과도 같은 웨스트 버지니아
Blue Ridge Mountains Shenandoah river
블루릿지 산맥과 셰넌도어 강
Life is old there older than the trees
그곳의 삶은 나무들보다 오래 되었지만
Younger than the mountains blowin' like a breeze
산보다는 어리고 산들바람처럼 불어오죠

(후렴) Country roads take me home
시골길이여 나를 집으로 데려가줘요
To the place I belong
나의 보금자리로
West Virginia mountain momma
엄마같은 웨스트 버지니아산 
Take me home country roads
나를 집으로 데려가줘요 시골길이여

All my memories gather round her
나의 모든 기억은 그녀에 관한 것 뿐이지
Miner's lady stranger to blue water
광부의 아내인 그녀는 바다를 본 적이 없소
Dark and dusty painted on the sky
어둡고 회색으로 칠해진 하늘은
Misty taste of moonshine teardrop in my eyes
밀주의 맛을 떠오르게 하면서 눈물나게 하네요

(후렴) 

I hear her voice in the morning hour she calls me
아침에 그녀가 나를 깨우는 목소리가 들려와요
The radio reminds me of my home far away
라디오는 머나 먼 나의 집을 떠오르게 하네요
And drivin' down the road I get a feelin'
그리고 운전을 하면서 생각해요
That I should have been home yesterday yesterday
진작에 집에 갔어야 했다고

(후렴)


인터넷 가사에는 광부의 딸이라고 나와 있는데, 나는 광부의 아내라고 고쳤다. 아무래도 광부의 삶을 사는 그가 아내를 찾아가면서 부르는 노래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내가 모르는 칙칙한 하늘이 있는 그곳에서 먼길을 달려서 아내를 보러 가면서 부르는 노래가 아닐까, 우리끼리는 차에서 그렇게 이야기했다. 사실 엄마를 보러간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으리라.

이렇게 노래를 부르며, 익히며 그 길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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