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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Dec 18. 2023

우리는 빛이 될 수 있을까?

조해진 소설집 『빛의 호위』(창비, 2022)중 「빛의 호위」를 읽고

조해진 작가는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여자에게 길을 묻다」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환한 숨,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단순한 진심』, 『완벽한 생애』 등이 있다.     



『빛의 호위』

소설집에서 주목할 점은 작가가 말하는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에 ‘살아 있음’에 대한 감각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서로 살게 하기 위해 고투하면서 그 힘으로 살아가는데, 그 상대는 아주 가까운 사람이기도 하지만 상관없는 이국의 누군가가 되기도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빛의 호위」를 따라가 보자.     

주인공은 미국의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면서 눈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일 년 전, 일산에서 이십여 년 만에 권은과 재회했을 때도 눈이 왔다. 시사 잡지사 기자인 주인공은 분쟁지역에서 보도 사진을 찍는 젊은 작가 권은을 인터뷰하려고 만났다. 권은은 친구가 준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한다.   

   

주인공은 ‘스노우 볼’ 같은 하나의 세계를, 그 속에 서 있는 것 같은 권은을 생각한다. 그 후, 연락해 온 권은을 서울에서 만난다. 권은은 일주일 후, 보도사진을 찍으러 목사와 선교사로 이루어진 봉사 단체를 따라 시리아의 난민캠프를 방문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전쟁에 대해서 전쟁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 위험지역에서  사진을 찍는 권은에 대해서 계속 마음에 축적되는 무언가를 생각하게 한다. 권은이 존경한다는 ‘헬게 한센’ 감독의 팔레스타인을 공격했던 사건과 구호품 트럭의 피격이라는 전례 없는 사고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관람한다.   



   

구호품 트럭 피격 사건으로 죽은 노먼의 어머니 알마 마이어는 유대인 바이올리니스트였다. 단원의 도움으로 창문도 없는 지하창고에서 숨어 지내는 생활로 연명했다. 동료인 장이 작곡한 악보들이 자신을 살렸다고 고백한다.


(그것이 빛이었고, 삶의 희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은 권은을 통해 ‘헬게 한센’을 알게 되고 <사람, 사람들>을 통해 사재를 털어 구호품을 싣고 가는 노먼 마이어와 아들의 죽음을 겪은 어머니 알마 마이어를 알게 되고, 다시 권은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주인공이 권은에게 준 것이 빛이었으며, 주인공이 거기에서 빛을 발견하게 하는 순환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권은이 사진을 찍는 현장에서 다리를 다치는 사고가 난다. 다리에 포탄이 박혀 여러 차례 제거 수술을 했지만, 걸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권은은 자신의 블로그에 읽지도 못하고 닳지도 못할 편지를 쓴다. 주인공에게도 이미 자기를 살린 사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편지를 쓴다.


(권은의 블로그도 자기를 살게 하는 빛이었고, 누군가 그 글들을 읽고 구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니었을까?)     


주인공은 13살 때, 반장이라서 권은의 장기 결석 때문에 담임의 부탁으로 권은의 집을 방문한다. 어둡고 추운 집에 ‘스노우 볼’만 반짝이고 있었다. 친구들한테 비밀로 하고 가끔 방문해서 살펴 준다. 권은한테는 친구가 빛이었다. 주인공은 안방 장롱에서 카메라를 발견하고 가난한 권은의 집에 도움이 될지 싶어 가져간다. 권은은 그 카메라를 팔지 않는다.  


    

(그 카메라를 준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것이 밝혀져 놀라웠다. 주인공이 권은의 빛이었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권은은 친구가 준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순간 숨어 있던 빛들이 쏟아져 나와 피사체를 감싼다는 표현이 그럴듯하고 멋진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빛은 죽음을 향한 사람들을 살려내는 위대한 일을 해내는 사람들의 상징이기도 한다. 우리는 빛이 될 수 있을까?)



   

(권은이 어렸을 때, 어둡고 아무도 없는 방안에 ‘스노우 볼’의 불빛이 어린 권은을 호위해 주었고, 카메라에서 쏟아지는 불빛이 친구의 마음처럼 따스하게 권은을 지켜주었다. 그 소중한 마음을 받은 권은이기에 카메라의 빛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여 세상에 알림으로써 그들에게도 빛이 되고자 위험을 무릅쓴 것으로 생각되었다. 아름답고 절묘한 문장으로 크고 거대한 것이 아니라 작은 선의도 사람들의 희망과 빛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사람을 살리는 위대한 일이 된다는 것을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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