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무더운 여름이지만, 유치원은 개학을 했다. 다행히도(?) 사립 유치원의 방학은 열흘 남짓. 내가 사립 유치원을 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 물론 큰아이 학교는 방학이 길지만 어쨌든.
선생님이 미치기 직전 방학을 하고, 엄마가 미치기 직전에 개학을 한다더니. 그래도 이번 여름 방학은 정신줄 잘 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개학을 해버렸다. 아이들이 자랄수록 방학이 조금 더 수월해지고 있다. 하루의 일과만 마찰없이 잘 따라준다면.
막내는 2학기 개학 첫날, 유치원에 가기 싫다며 눈물을 보였다. 오마이갓. 이유는 형아가 아직 방학중이라 늦잠을 자고 있다는 이유. 그게 부러워서 자기도 오늘만큼은 자체방학을 하겠단다. 그러나, 택도 없는 소리! 한번 두번 사정을 봐주다보면 그래도 되는줄 알고 누울 자리를 뻗는 게 인지상정. 그래서 나는 유치원 가방과 2학기 물품을 잔뜩 싸 손에 쥔 채로 얼른 앞장을 섰다. 현관문이 닫힐 때까지도, 엘리베이터가 도착할 때까지도 눈물을 찔끔찔끔 닦던 막내는 등원차가 도착하는 걸 보고서야 힘겹게 차에 올라탔다. 창밖을 내다보는 너의 졸린 눈을 보자니 마음이 쓰리구나.
내년엔 어떡하지? 학교는 얄짤없는데. 유치원 때나 자유로운건데 그냥 오늘까지 쉬게해줄 걸 그랬나?
정작 등원차가 떠나고나서야 내마음이 약해진다. 그래도 안 되지. 할 건 해야지. 어차피 나는 오늘도 아직 방학 중인 첫째와 지지고 볶아야 하니까. 한 녀석 보내고나면(?) 다른 한 녀석이 이불속에서 기다리고있는 셈이다. 방학 내내 5식이가 된 첫째 아이 밥상을 차리고 치우다보면 어느새 저녁. 막내가 집에 올 시간이 된다. 허허.
8월 중순. 어느새 큰아이도 학교엘 갔다. 그을린 얼굴로 교실에 모인 아이들을 보니, 반갑고도 2학기가 설레셨다는 큰애 담임 선생님의 알림장이 올라왔다. 초등학교 1학년만 지내놓으면 아이들은 방학이고 개학이고 잘 적응한다. 일정이 그렇게 흘러간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떼쓰고 울어봤자 달라질게 없다는걸 터득한 셈.
변화연습이 필요한 건 어린 아이들. 개학 첫날에 막내의 유치원 담임 선생님께도 전화가 왔었다.
어머니~ 오늘 아침에 유치원 오기 싫었나봐요. 교실에 눈물 닦으며 들어오더라구요. 그래도 오늘 하루 재밌게 잘 놀고 갔어요. 집에서도 이야기 나눠봐주세요.
이녀석.
나도 아침에 본 눈물때문에 하루종일 눈에 밟혔었는데. 하원하는 길에 물어보니 오늘 너무너무 재밌었단다.
너무 재밌게 놀아서 유치원 안갔으면 큰일날 뻔 했어. 그리고 우리 선생님이 달라졌어. 애들이 장난치는데도 혼을 안 내. 오늘 선생님 엄청 기분이 좋아보였어.
그래. 선생님도 짧은 방학이지만 충전을 하고 오셨겠지. 그래도 내일부터는 말 안들으면 혼날 테니 정신 바짝 차려라. 막내야.
???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
사실 내년 방학이 더 걱정이다. 누가? 엄마인 내가. 초등학교는 방학이 길어서 내년엔 두 녀석 밥상을 차렸다가 치웠다가 해주려면, 지금부터 근력운동이라도 해두어야 할 판.
어쨌든 남은 올해를 즐기자.
모두모두 2학기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