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 그리고 끌리는 컨셉 만들기
영국과 미국은 경험주의를 추구한다. 경험을 통해서 진리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경험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진리'가 외부에 있다는 것이다. 외부에 있는 진리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직접해보는 수밖에 없다. 수 많은 경영서들이 민츠버그의 '전략사파리'처럼 시장의 상황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반응해야 한다는 것을 철칙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이렇게 '경험주의'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험은 실재와의 만남을 통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경험이 없으면 진리도 없고 대안도 없다. 반대로 독일 철학의 경우에는 오히려 '생각' 혹은 '이성' 혹은 '관념'을 추구한다. 이러한 단어가 나오는 과정은 진리가 '내부'에 있고 그것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관념의 모험을 통해서 그것을 깨닫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컨셉'이라는 단어가 나오기까지 영미철학으로는 안되고 오히려 칸트와 헤겔의 독일철학으로 건너가야 비로소 그 답이 나온다.
컨셉은 바라는 결과와 충족수단을 합친 것이다. 바라는 결과는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이든, 교육을 받는 학생이든, 캠페인에 참여하는 시민이든 간에 어쨌든 경험하는 주체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목표이다. 이러한 마지막 목표를 사용자가 아니라 개발자가 만들어 버릴 때 스티브잡가 아닌 이상에야 아무도 참여하지 않고 아무도 그 제품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프랑스철학이 등장한다. 프랑스철학은 대화와 연대를 통해서 미래를 만들어 간다. 그래서 계층을 없애야 하고 박애가 중요하게 된다. 여기에 깔려 있는 철학은 진리가 외부도 아니고 내부도 아니고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진리는 관계의 장에서, 대상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프랑스철학에 의하면 내가 누구와 함께 있는가에 따라서 경험하는 진리가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뉘양스를 캐치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영미철학에서는 '컨셉'을 뽑아내기가 어렵다. 디자인씽킹으로 유명한 스탠포드 디자인스쿨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뚜렷하다. 일반적인 리빙랩이나 혁신랩에서 사용하는 방법론에서는 창발성만 있지, 컨셉을 정의하고 그것을 재정의하고 여기에 다시 피드백을 조합하여 감성을 묻어내게 하는 방법이 없다. 다시 말하면 영미철학의 방법으로는 귀납적으로 경험을 취합할 수는 있지만 연역적으로 뚜렷한 그림을 그릴 수는 없다. 컨셉을 정의할 수 없기 때문에 성공한 케이스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인생은 '운'이다라고 말하는 경향이 생긴다. 우리의 인생도, 조직의 운명도, 심지어 국가 경영에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그 방법은 3가지의 철학을 결합하는 것이다. 독일 철학에서 '컨셉'을 셋팅하고, 영미철학을 통해서 실제 제품이나 캠페인을 만들고, 이것을 사용자와 참가자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그러면 아래에서 올라온 경험의 묶음들이 컨셉에 담기고, 다시 컨셉은 재정의하여 실재와 관념을 연결한 다음 그것을 사용자의 피드백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이렇게 컨셉을 나름대로 연결하다가 보면 한 번, 두 번 경험이 쌓이고 그러면 어느새 특정한 컨셉이 중심이 된 제품만 사게 되거나 그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다. 이렇게 모인 컨셉의 그룹을 우리는 '브랜드'라고 부른다.
컨셉의 정의
직관적 정의 : 하나로 꿰는 것, 시작과 끝이 같은 것, 원하는 결과를 이루는 것, 감성과 취향을 모두 챙기는 것
지성적 정의 : 바라는 결과와 충족수단의 싱크로율이 높은 것
공감적 정의 : 사용자와 참여자가 안정감을 느끼고 자신의 정체성을 바꿀 수 있을 만큼 만족해 하는 것
실체적 정의 : 디자인과 형태, 색감과 상징이 서로 하나가 되어서 이야기와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제품
끌리는 컨셉의 핵심요소
물리적 제품 : 개발자의 상상력을 통해서 소비자의 인식에 특정한 컨셉을 각인시키는 것
소지자인식 : 물리적 제품을 통해서 얻게 된 컨셉을 공감하여 개발자에게 피드백을 하는 것
개발자 인식 : 소비자의 피드백을 수용하여 새로운 제품에 상상력을 발현하는 것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의 구분이다. 기술이나 자원이 부족한게 아니라 개념설계하는 역량이 부족하면 아이디어가 있어서 그것을 컨셉으로 만들지 못하고, 더욱이 컨셉을 담은 제품을 만들지 못한다. 제품이나 캠페인이나 사업이나 모두 같은 맥락이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정말 중요한 역량은 추상화 역략, 개념화 역량이다. 개념화 역량은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를 구분하고 그에 맞는 방법론을 사용할 때 길러진다. 비판적 사고는 '그룹'에서 하나씩 분해하는 작업으로 보통 과학에서 말하는 엔트로피의 증가이며, 무질서한 상태에서 에너지가 높아질 때를 이야기한다. 반대로 창의적인 사고는 여러개로 분해된 요소들을 가지고 상황과 니즈에 맞게 연결하는 과정에서 질서가 생기는 엔트로피를 말한다.
창의적인 사고는 반드시 비판적인 사고가 있어야 가능하다. 조금 더 쉬운 언어로 하면, 분석을 잘해야 종합도 잘하게 된다. 종합을 나열된 것들을 정리하는 정도로 그치지 않고, 형질전환의 의미에서 이전에 있었던 요소들이 결합하여 새로운 무엇가를 만들어 내는 종합으로 보자. 그러면 창의적인 사고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혁신적으로 구조화되어서 새로운 컨셉이 되는 변증법의 결과가 안되. 정-반-합을 통해서 새로운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이나 사업을 기획할 때 변증법은 자주 사용되지만 이것은 종합을 위한 사고이지 그 자체로 분석은 아니다. 분해해서 다시 종합하는 사고의 흐름에서 새로운 혁신이 나온다. 이러한 관념의 모험을 즐기지 않는 '아래로부터 뛰어 오른 것들'의 종합으로 디자인씽킹은 그 결과를 운명에 맞기는 수 밖에 없다.
사고의 유형
분석적 사고 : 문제, 개념, 정보를 요소로 해서 분명하고 정확하며 명료하게 분해하는 사고
추론적 사고 : 결론, 전체, 함축의 요소를 적절하고 중요하고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사고, 여기서 '아이디어'와 혁신이 발생한다.
변증적 사고 : 목적과 관점, 맥락을 이해하고 다각적이며 심층적이고 충분히 깊은 사고. 여기에 방향을 조금 틀면 대안적인 사고가 나오기도 한다. 대안과 추론은 다른 부분이다. 그래서 컨셉이 중요하고, 컨셉을 정리하려면 자신이 어떤 사고의 순서에, 방향에 놓여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다시 충족수단과 바라는 결과라는 컨셉으로 돌아가보자. 충족수단은 그 자체로 아이디어가 넘치고 기발한 제품들이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수 많은 혁신제품이나 제안, 사업들, 캠페인이 사라지는 것은 그것을 실재로 경험하게 되는 소비자와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못을 박으려고 망치를 산 사람은 망치의 디자인이 아니라 못이 잘 밖혀 있는 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바라는 결과는 시간과 장소가 달라지더라도 '욕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충족수단'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 전략을 짤 때도 외부상황을 인식하고 전술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전략의 핵심은 '전쟁에서의 승리'인데, 그것을 위해서는 때로는 삼십육계라는 도망도 필요하고 반대로 전면전도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전면전이나 삼십육계라는 줄행랑을 고집하는 전략가는 상대에 의해서 파악되어 버리면 더 이상 이길 수 없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스 윤리학에서 인간의 가지고 있는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사람들은 수단을 만들고 그 중에서 상황에 가장 적절한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보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라는 결과가 '행복추구'라는 것이다. 충족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그 때부터는 가설을 세우거나, 변증법을 사용하거나 다른 성공모델에서 아이디어를 찾기 시작한다. 문제는 자신이 가진 수단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편협한 논리에 있다. 이것은 전략도 아니고 신념도 아니고 편견이다. 어떤 개념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항상 변한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에서 바라는 결과는 잘 바뀌지 않고, 충족수단은 매번 바뀐다. 그러니 컨셉도 그에 맞게 계속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그 안에 바라는 결과는 언제나 사용자와 소비자에게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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