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 최근, 난기류가 심해졌다는 이유로 국내 한 항공사가 일반석에서 제공하던 컵라면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그 여파일까요? 직접 챙겨 온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달라는 승객들의 요청이 늘었다고 합니다. 원칙적으로 기내에서는 항공사가 제공하는 음료와 식사 외에는 취식이 불가능합니다. 식중독이라는 민감한 부분이 얽혀 있으니까요.그렇다고승객들이 외부에서 들여오는 음식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음료 반입이라든지, 음식물 반입 기준에 대한 규정이 존재했습니다.
비행기라는 특정한 공간.
그 안은 푸드코트처럼 메뉴가 다양한 것도 아니고 음식을 실을 수 있는 공간 또한한정적입니다.다양한 승객이 이용하는 만큼 식사 취향도 식사량에도 개인차가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승객들의 니즈를 맞추기란 쉽지 않지요.
비행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장거리를 기준으로 보통 두 번의 식사와 한 번의 간식이 제공됩니다. 하지만 중간에 배고프다고 갤리에 찾아오는 승객들이 꼭 있습니다. 저 역시 긴 비행시간 동안 배고파하는 사람 중에 하나이고요.
비즈니스 좌석이라면 풍족한 서비스로 배고플 틈이 없겠지만, 좁은 자리만큼이나 궁색한 이코노미 살림은 굶주린 승객에게 제공할 것이 마땅히 없습니다. 그나마 있던 작은 컵라면도 빼버렸다면 더더욱 힘든 비행길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규정을 떠나 승무원들이 암암리에 허용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승객이 카페에서 사들고 온 아이스 카페라테, 도넛, 샌드위치, 과자 등이 되겠습니다. 간단한 간식들을 챙겨 와서 먹는 걸 슬쩍 눈감아 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문제의 컵라면은 어떨까요? 난기류가 심해진 요즘, 항공사에서 '뜨거운 물 부어주기'를 주저할 겁니다. 한두 명 요청하는 거야 어쩔 수 없겠지만 그 인원이 많아진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화상의 위험이 있으니 '뜨거운 물 부어주기'를 금하라고 승무원들에게 권고사항이 내려가겠지요. 돈을 받고 컵라면을 제공하는 저가 항공사들도 앞으로다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커피입니다. 커피 드시겠습니까?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주전자를 들고 서비스하는 승무원을 보셨을 겁니다. 커피나 차를 서비스하는 것이지요. 막 디저트를 먹을 타이밍에 구수한 커피 향이 코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승객에게는 아주 반가운 존재이지요.
"언니, 여기 커피 주세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바라보는 승객의 흐뭇한 표정. 하지만 커피를 따른 뒤 트레이를 내미는 승무원의 목소리는 건조합니다. (미소는 살짝 띄었을지 몰라도...)
"커피가 뜨거우니 조심하십시오!"
승객에게 반가운 커피는 승무원에게는 마냥 조심스러운 존재입니다. 난기류를 만났을 때 위험하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온도를 재어 보지는 않았지만 기내에서 제공되는 뜨거운 물은 정말 뜨겁습니다. 커피, 차 서비스를 나갈 때 주전자에 찬물을 조금 섞는 게 매뉴얼화되어 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커피나 차 서비스를 할 때마다 신경 쓰이는 건 사실입니다. 목소리가 친절 모드로만 나가긴 힘들어요.
'띵, 띵!'
예상이 되는 혹은 예상치 못한 난기류를 만났을 때, 좌석벨트를 매라는 신호음이 울립니다. 두 번 울린다는 건 심하게 울린다는 신호이지요. 서비스 중이던 승무원은 제일 먼저 흔들리는 카트를 고정시키고, 뜨거운 음료가 든 주전자를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다른 음료수들이야 떨어지면 타박상으로 끝나지만 주전자는 화상으로 이어지니까요. 저 역시 제 몸보다 주전자를 먼저 챙겼습니다. 비행을 하면서 접하고 들었던 화상 사고는 정말 아찔했으니까요. 승무원들도 일하면서 화상을 많이 입기도 하고요. 그만큼 뜨거운 물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강조 또 강조를 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몇 달 전, 델타 항공 조종사가 뽑은 주의 음식 5가지라는 제목으로 난 기사를 봤습니다.
'우리가 상상 못 한 더러운 물' ,
'기장들은 기내에서 커피 안 마셔.'
등의자극적인 제목도 많더군요. 그 기사 내용 중에 장착된 워터 탱크와 워터 보일러의 위생 상태를 꼬집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반박할 수 없는 기사였습니다. 실제로 더럽다고 뜨거운 물이나 커피를 마시지 않는 조종사와 승무원들이 종종 있거든요. 비행기 안의 위생 상태를 그들이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저는 가끔, 일하면서 그것들을 분리해 집에서 설거지하듯 박박 닦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곳만 닦을 수밖에 없으니 조금 아쉬웠죠.
그렇다면 그런 저는 뜨거운 물을 안 마셨을까요?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펄펄 끓는 물이 세균을 다 죽였을 거라고 생각하며 잘만 마셨습니다. 바쁘면 그럴 생각할 겨를도 없어요. 게다가 밤샘 비행이거나 장거리 비행에서 커피를 안 마시면 버티기 힘들었어요. 커피, 차, 라면 할 것 없이 다 먹었습니다. 그래도 배에 탈 한 번 안 나고 비행 잘 다녔어요.
식탁이나 식당 테이블 위에 떨어진 음식 저만 주워 먹나요? 손에 세균 있다고 과자 같은 거 젓가락으로 집어 먹지 않잖아요. '난 아니야' 하며 청결과 위생에 신경 쓰는 분이라면 권하지 않겠지만요. 어찌하시든 간에 비행기 탈 때 더러움보다는 뜨거움에 주의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