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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요일 Mar 31. 2017

SINGapore,
내가 너를 노래하던 순간들

브런치 트래블 패스 - 싱가포르, 마지막 이야기.

마리나 베이를 내려다보며
싱가포르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1 Altitude, 싱가포르

 화요일 저녁, 마리나 베이 샌즈와 주변 전경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루프톱 바 1 Altitude에서 싱가포르 슬링 한 잔을 놓고 얼마 남지 않은 3박 5일의 짧은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신나는 클럽 비트가 가득한 65층 옥상에서 즐기는 여유는 어쩌면 다음 여행으로 미뤄둬야 할 뻔했던 것이라 더욱 소중합니다. 점심에 지갑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주머니에 남은 돈을 모두 털어서 입장료를 냈거든요.

 이 시간을 위해 점심도 굶어야 했지만 마지막 날 지갑을 잃어버려 다행이다, 주머니와 수첩에 돈이 조금 남아 있는 게 행운이다, 더 여권을 잃어버리지 않은 게 어디냐며 웃었습니다. 브런치 트래블 패스라는 멋진 기회로 시작된 여행은 기분 좋은 발견들로 시작해 잊지 못할 해프닝으로 유쾌하게 완성됐습니다.


 1 Altitude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65층 옥상의 360도 뷰를 각자의 방식대로 즐겼습니다. 마리나 베이를 내려다본다는 뿌듯함(?) 못지않게 특별한 순간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 역시 중간중간 웃음이 터질 정도로 즐거웠어요. 되돌아보면, 싱가포르에서는 혼자 여행하면서도 유독 미소를 짓거나 종종 소리 내어 웃었던 때가 많았습니다.


트래블라인 앱

 브런치 트래블 패스 소식을 통해 처음 이 낯선 도시의 이름을 불러본 순간부터 트래블 라인 앱을 통해 여행 계획을 세우고, 같은 시기에 여행하는 이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며 하루씩 만들어간 여행.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저를 감동시킨 싱가포르의 장면과 그것에 깃든 이야기를 꺼내 보려고 합니다.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아름다운 밤의 도시

마리나 베이,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와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센토사 섬의 실로소 해변 그리고 다시 마리나 베이. 싱가포르에서 보낸 총 네 번의 밤은 서로 다른 매력으로 저를 감동시켰고, 아쉬움에 쉽게 발을 떼지 못하게 했습니다. 다른 도시들과 달리 싱가포르를 떠올리면 낮보다는 밤의 풍경들이 먼저 떠오를 정도로, 밤이 아름다운 도시였습니다. 이곳 사람들도 그걸 잘 아는지, 어느 도시 사람들보다 늦은 시각까지 밤을 만끽하고 새벽 두시쯤 야식을 즐기는 문화가 일반화되었다고 합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슈퍼트리 쇼를 누워서 감상하고, 센토사 섬의 백사장에서 해가 지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이미 이 도시의 밤에 푹 빠져 즐기면서도, 남은 밤의 수를 자꾸 세며 아쉬워했습니다.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해 화려한 마리나 베이 풍경을 배경으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도시. 싱가포르 여행만큼은 그 시작과 끝이 모두 밤이라도 좋을 것입니다. 다녀온 지 벌써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요즘도 매일같이 이 곳의 밤을 휴대폰 화면을 보며 그리워할 정도니 말이에요.



눈을 사로잡은 몇몇 건축물

Former Hill Street Police Station, 싱가포르

 싱가포르행 비행기 안에서 가이드북을 넘겨 보던 제 눈을 번쩍 뜨이게 한 건축물은 클라크 퀘이(Clarke Quay)에 있는 Former Hill Street Police Station, 옛 경찰서 건물입니다. 커다란 건축물에 반듯하게 난 창문들, 무지갯빛 채색이 더해진 모습이 마음에 들어 첫날 저녁 식사 장소까지 바꾸게 만들었죠.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는 마리나 샌즈 베이 호텔과 거대한 인공 정원 가든스 바이 더 베이. 건축과 디자인이 발달한 싱가포르에서는 곳곳에서 감각적인 현대식 건축물을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었고 다양한 문화가 모인 다문화 거리에 세워진 서로 다른 건축 양식의 사원과 교회를 보는 것 역시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했습니다. 짧은 시간 탓에 싱가포르의 백미라는 몇몇 건축물은 다음 여행으로 미뤄둬야 했지만, '이 도시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을 여행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제게 싱가포르는 꼭 다시 찾고 싶은 도시가 되었습니다. 옛 경찰서 건물을 본 순간 종종걸음을 하며 신났던 제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음식으로 기억될 도시

Lau Pa Sat, 싱가포르

 후에 싱가포르를 떠올릴 때 마리나 베이의 밤이 먼저 떠오를지, 연기 자욱한 사테 거리 풍경이 떠오를지 궁금할 정도로 이번 여행에서 먹거리를 만끽하고 왔습니다. 하루 계획 중 먹어야 할 음식, 방문해야 할 레스토랑이 가장 먼저 정해질 정도로 욕심나는 먹거리가 많았어요. 특히 이번 여행에서는 미쉐린 가이드 2016에 선정된 두 곳의 노점 식당을 방문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첫 번째로 방문한 Tai Hwa Pork Noodles은 점심시간을 한참 지난 오후 네시에 방문했는데도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줄이 길었습니다. 다진 고기와 내장, 말린 생선, 완자, 만두 등 푸짐한 고명을 얹은 이 곳의 Pork Noodle은 간장의 짭조름한 맛부터 고기의 담백함 내장의 쓴맛 등 다양한 맛이 입 안을 즐겁게 하더군요.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미쉐린 메뉴라는 Hong kong soya sauce chicken noodle은 아예 오픈 전부터 줄을 섰죠. 잘 삶은 닭고기가 간장 소스와 무척 잘 어울리고 꼬들꼬들한 면과 함께 먹어도 맛있었습니다. 두 곳의 메뉴를 먹으며, 그리고 줄을 늘어선 전 세계 여행자들을 보며 제대로 여행한 듯 뿌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여행 첫날 저녁, 싱가포르에 온 기념으로 큰 맘먹고 주문한 칠리크랩 한 마리까지. 3-4인분이라는 칠리크랩 한 마리를 타이거 맥주와 함께 그야말로 '게 눈 감추듯' 해치우고 나서 속으로 외쳤죠. '나 싱가포르에 왔어!'라고. 



다양한 테마가 있는 여행지

마리나 베이, 싱가포르

 여행 전 제게 싱가포르는 마리나 베이 풍경이 전부였지만, 다녀온 후에는 서울과 비슷한 크기의 이 나라가 가진 다채로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화려한 마리나 베이의 낮과 밤 풍경은 물론이고, 다문화/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의 다문화 골목을 돌며 아랍, 인도, 중국 등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여행도 사진과 음식 좋아하는 친구에게 추천하고 싶은 테마였습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휴양지가 공존하는 센토사 섬에서의 휴식, 티옹바루 베이커리에서의 여유로운 티타임 등 매일 다른 테마로 여행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물론 그중 좋아하는 것 하나를 골라 푹 빠져 보내도 좋겠죠.




여행, 도시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

센토사 섬, 싱가포르

 낯선 이름의 도시를 처음 만나 조금씩 알아가고 결국 사랑에 빠집니다. 브런치 트래블 패스로 다녀온 싱가포르 역시 그동안의 제 여행과 같았지만, 처음 소식을 듣고 가슴을 떨리게 한 '새로운 발견'을 염두하며 걷고, 보고, 먹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저는 이 도시를 무척 좋아하게 됐고, 지금은 망설임 없이 사람들에게 '여행하기 좋은 도시'로 추천하고 있습니다. 지난 네 번의 이야기-밤, 골목, 여유, 기다림-를 통해 제가 느낀 싱가포르의 매력들이 전해지기를 기대합니다.


 매 여행마다 비를 몰고 다니는 제가 이 날 65층 루프톱 바 1 Altitude에도 비를 내리게 했습니다. 이 날 옥상은 비 소식과 함께 영업을 종료했고, 공항에 출발할 때까지 남은 시간은 61층 실내 바 Altimate의 라이브 공연으로 채웠습니다. 마리나 베이의 탁 트인 야경을 볼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쉽긴 했어도, 한바탕 여행의 마무리로 더없이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다채롭고 풍요로운 도시 싱가포르, 이미 다녀오신 많은 분들처럼 저도 앞으로 종종 이 도시의 이름을 부르며 그리워할 것 같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싱가포르 X 브런치 트래블 패스 그리고 금요일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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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트는 싱가포르관광청으로부터 일부 경비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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