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툰 21화 - 나는 사슴일까?
리아와 린은 남매다. 그냥 남매가 아니라 남들이 질투할 정도로 사이가 좋은 남매다. 더 정확히 말해 여동생 리아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주는, 상냥하고 잘생기고 공부까지 잘하는 순애보 오빠를 가져 이땅의 여동생들이 부러하는 남매다. 콩나물 대가리를 싫어하는 어린 리아를 위해 어린 린은 입으로 콩나물 대가리를 떼고 줄기만 입에다 넣어주었다. 사춘기가 된 리아가 키우는 선인장 욺, 삶 꿈, 앎, 이 중 첫째 욺이 죽어 펑펑 우는 모습이 걱정된 린이 화원을 몇 군데 돌아 비슷하게 생긴 선인장을 선물해 준다. 오빠의 따뜻한 마음에서 사랑을 느끼는 앞의 오누이는 내 만화 <나는 사슴이다>에 나오는 남매다.
첫째 밤톨군 네 살 때 둘째 알밤양이 태어났다. 린과 리아처럼 다정한 남매로 컸으면 좋겠다고 얼마나 바랐던가. 그 정도는 아니라도 사이좋은 남매로 자라길 바랐다. 알밤양이 무엇이든 쓰러트리는 시기에 밤톨군은 무엇이든 쌓고 조립하던 시기였다. 밤톨군이 애써 조립한 블록을 알밤양이 눈을 반짝이며 무너뜨리자 동생의 머리를 때리고 냅다 밀어 알밤양이 넘어지며 우는 모습을 목격하며 만화는 만화일 뿐, 로망은 로망일 뿐이구나 생각했다. 초등시절까지 이들은 별 것 아닌 걸로 종종 험악해지는 현실 남매였다. 평소 말짱하던 내 이성은 둘이 으르렁거리며 싸울 때 심하게 흔들렸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중재를 하다가 내가 감정이 올라와서 화내고 과하게 혼낼 때가 때가 많았다.
내게 고민거리를 안겨주던 현실남매는 사춘기 시즌을 통과하면서 어릴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띠기 시작했다. 게임, 학교 생활 등 또래 대화가 통하기 시작하면서 대화가 늘었다. 주말에 한 번씩 같이 자겠다고 우겨 늦게까지 깔깔거리며 놀다 자기도 했다. 이제 너무 커서 잠은 따로 자라고 규칙을 정해 주었다. 밤톨군이 알밤양을 귀여워하고 알밤양은 밤톨군을 오구오구하며 궁둥이를 두드려준다. 사랑해라는 말을 많이 하는 알밤양이 자기 전에 밤톨군에게 오빠, 사랑해. 하면 말수가 적은 밤톨군도 방 안에서 응. 나도 사랑해. 하고 인사를 한다. 나들이나 여행을 가도 둘이 붙어서 걷는다. 그것도 나란히 손을 잡고 걷는다. 뒤늦게서야 내 로망을 얘들이 들어주나, 둘이 속닥거리거나 함께 걷는 뒷모습이 보기가 좋아 아이들 몰래 자꾸만 사진을 찍는다. 둘은 엄마가 또 시작이다 하면서 앞서 간다.
"나는 왜 이렇게 눈이 작아? 친구들이 나보고 눈만 크면 진짜 이쁘겠대. 쌍수해 줘."
알밤양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부쩍 자기 눈이 작다고 투덜거린다.
밤톨군이 말한다.
"눈이 작아도 넌 귀여워. 하더라도 커서 해 "
내가 한 수 거든다.
"맞아. 얼굴 전체 균형이 중요한 거야. 그리고 너 친구 오빠, 언니 중 동생한테 예쁘다, 귀엽다고 말하는 애 있어?"
즉각 대답이 나온다.
"없어. 엄청 싸운대. "
"그러니까, 넌 복 받은 거야. 너네 오빠는 빈말 안 하는 거 알지? 믿어."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지 계속 보채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쌍수는 어른 되었을 때 니 돈으로 하렴. 나는 이면의 목적은 소리내어 말하지 않는다.
부모 세대의 형제 관계를 봐도, 남편과 내 형제 관계를 봐도 알뜰 살뜰하게 챙기는 관계를 많이 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내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 좋은 관계이기를 바라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무엇을 바랄까. 지금처럼 소소한 일들 나누고 웃고 힘을 주고 받으며 재미나게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