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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작가 Apr 05. 2023

세대교체를 대하는 자세

미야툰 22-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기





















    나와 내 부모가 컸던 시대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 해방둥이 45년생 아빠와 한국전쟁이 끝나고 황폐화된 땅에 태어난 54년생 엄마는 강원도 산골에서 문명의 경험 없이 가난하게 자랐다. 라디오는 동네 부잣집이나 갖고 있었다.


    어린 시절 80년도쯤 집에 처음으로 흑백텔레비전이 들어왔다. 그 뒤로 컬러텔레비전으로 바뀌었고 냉장고와 가스레인지가 들어왔다. 전화기가 설치되었을 때는 낯설고 떨려서 벨이 울려도 전화를 받지 못했다. 사춘기를 통과하며 또래들과 중앙 방송국 매체가 쏘아 올리는 뉴스, 드라마, 가요 등 이슈들을 공유했고 삐삐를 거쳐 20대 중반에 핸드폰을 손에 쥐고 신기해했다.


내 아이들은 내 부모와 내가 컸던 세상과는 차원이 다른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된다. 태어날 때부터 조리원 친구가 생기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정규 코스가 되고 초등학생이 되면 익숙하게 스마트폰을 다룬다. 주위 아이들 대부분 아래턱 하관이 좁아 교정을 안 하는 아이가 드물다.  밤톨군도 교정을 하고 있고 알밤양도 교정 대기중이다. 유전자가 2~30년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매일 경험하는 작은 것들이 몇십 년 쌓여 한 사람의 정체성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삼대를 비교해 보면 세대마다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게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큼 다르다. 문화란 그런 것이다. 그런 내 부모와 나와 내 아이들이 21세기 2023년도에 같은 시공간에 살고 있다. 위, 아래로 중간자인 내가 시대의 변화를 새삼 느끼며 고군분투하는데 내 부모는 얼마나 따라가기 힘들까. 이런 생각을 하면 부모에게 좀 더 넉넉한 마음이 된다. 또한 스마트한 시대에 크는 아이들이 나와 다른 정신을 갖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림쟁이로 돌아와 따져봐도 생각도 그림스타일도 세대 간에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보고 자란 만화가 다르고 그림을 그렸던 방식, 스타일이 다르다. 아이들은 내게 요즘 트렌드한 그림체로 그려보라고 한다. 그림 스타일을 흉내 낸다고 이들의 필까지 따라갈 수 있을까?  요즘 유행과 트렌드를 챙기면서 감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은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끌리게 되어 있다. 나는 이런저런 말을 들어도 고집스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조카들이 성인이 되어 경제주체가 되고 있다. 세대교체의 현장이다. 물론 부모 세대처럼 60에 은퇴하고 소일하다 노년을 맞이하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 살 수 없는 100세, 120세 시대다. 세대가 교체되기 시작했다고, 이제 뒷방 늙은이가 되는가 걱정하진 말자. 50대가 가장 뇌가 활발하고 도전하기 좋은 나이라고 하지 않는가. 자식들이 성장하여 메이는 게 없어지고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는 나이에다 그동안 축적된 경험이 새로운 것을 배울 때도 뇌가 빨리 적응한다는 것이다. 단 젊을 때처럼 몰아치고 몸을 혹사하는 방식은 지양하되 노화의 속도를 낮추고 하고 싶은 것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이 필수다.  


한때 꼰대시리즈 '라떼는 밀이야'가 유행했다. 세대의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옛 시절 고생한 썰을 거들먹거리면 주위 사람들이 슬슬 도망간다.  꼰대로 찍히는 거다. 나이를 먹는다고 자연스럽게 현명해지지 않는다. 고이고 썩지 않으려면 깨어있어야 한다. 세대가 다른 성장배경을 이해하고 활력과 도전과 거침없음을 젊음의 매력으로 사랑스럽게 봐주어야 한다. 할머니가 손주를 보는 눈과 부모가 자식을 보는 눈이 다르다. 실수나 실패에 넉넉해지고 존재 자체로 바라봐주는 따뜻한 시선은 경험과 관록이 쌓여야 갖게 되는 비기가 아닐까. 나는 나이 들수록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싶다. 고인 물이 되고 싶지 않다.  고인 물이 되지 않기 위해 독서를 밑바탕에 깔고 말을 줄이고 많이 듣고 배우려는 자세로 몸을 낮춰야겠다. 그렇게 물구멍이 막히지 않는지 살피고 졸졸졸 맑은 물이 흘러들어오게 해야겠다. 쓰다 보니 오십 이후의 삶이 기대된다.





미야작가 / 연은미

만화가 &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을 그릴 때나 그리지 않을 때나 삶은 계속됩니다. 먹고 자고 싸고 청소하고 지지고 볶고 일하고 사랑하며 하루가 지나갑니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지만 내 눈으로, 내 몸으로 보내는 날들입니다. 까먹기 대장이라 시작한 미야일상툰, 가볍게 즐겨주세요.


#인스타툰 #미야툰 #일상툰 #공감툰 #가족툰

https://www.instagram.com/_miyatoon_/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미야툰 그림일기>

14화: 미야 캐릭터 이야기 1 https://brunch.co.kr/@miyatoon/166

15화: 미야 캐릭터 이야기 2 https://brunch.co.kr/@miyatoon/167

16화: 일찍 데뷔해서 다행이야 https://brunch.co.kr/@miyatoon/162

17화: 웹툰을 정독하라! https://brunch.co.kr/@miyatoon/160/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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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나를 러너라고 불러주세요1 https://brunch.co.kr/@miyatoon/159/write

20화: 나를 러너라고 불러주세요2 https://brunch.co.kr/@miyatoon/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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