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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Sep 19. 2022

뽕따러 가세


오늘도 길을 나섰다. 학교에 간다.


논둑 길가에 길게  있는 기다란 포플러 나무는 아버지처럼 든든하게 나를 내려다본다. 30 학교가는 길엔 산도 만나고 개울과 강도 만났다.

 건너쯤 버들강아지가 피었다. 복슬복슬 보기만 해도 귀엽다. 버들나무 줄기를  따서 피리를 만들어 불면서 걷는다. 피릴리피리리~피릴리~

찰박찰박 차가운 개울이 나타났다. 바지를 걷고 물속에 들어가니 차가운 물이 무릎까지 찰랑거린다. 개울을 건너 고무신에 땀이  정도로  길을 걸어가면 넓은 도로인 신작로가 나타난다.

그제야 학교가 모습을 드러낸다. 도로 너머에 내가 다니는 와야국민학교가 있었다.


지천에  꽃과 나무는 오고가는 길에 놀고 먹을 수 있는 고마운 친구들이었다. 봄에 피는 찔레나무에 쫑이 나면 쫑을 따서 먹었다.

시금 풀도 쫑을 꺾어서 먹었다. 벚나무 버찌열매, 뽕나무 오디열매, 머루 등을 따다 보면 손이 새까맣게 물들었다. 간혹 발견하는 다래는 양껏 따서 집에 가져갔다며칠 놔두면 말랑하고 달콤해진다. 그때 먹으면 별미였다. 나물취, 미역취, 잔디싹, 곰취, 갬치... 이름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우린 이렇게 부르며 뜯었다.

삽초라는 풀은 이파리는 나물로 무쳐 먹고 뿌리는 약초로 썼다. 가을에는 개울  밤나무에 밤송이가 가득했다. 개중에  송이는 개울에 떨어졌. 물에 떨어져 불은 밤을 까서 먹으면 속이 든든했다.

칙뿌리도 캐어먹었다. 장정들이 있는 집은 칡뿌리를 캐내어 떡메에 친다. 칡 물 밑에 가라앉은 앙금으로 칡송편을 만들어먹었다. 칡은 뿌리가 엄청 얽히고 단단해서 힘이 없으면 눈앞에 보고도 캐지 못했다. 우리 집은 아버지가 안 계서서 작은 칡뿌리를 씹어 먹는 게 고작이었다. 우린 돈을 모르고 살았다. 밭에서 키운 채소, 옥수수, 보리, 밀로 밥 해먹고 산에서 뜯은 나물로 반찬도 하고 국도 끓여 먹였다. 당연히 이렇게 사는 건 줄 알았다.


"영숙아, 영자야, 뽕잎 따러 갈 거니까 따라나서라."


시골에서 부모 도와 하는 일 중 '누에치기'가 있다. 엄마가 앞장서고 오빠, 동생들이랑 30리를 걸어 갔다. 뽕잎을 한가득 따서 보자기에 담는다.

"그거 갖고 택도 없다! 최대한 많이 담어라!." 엄마가 뽕잎을 따면서 잔소리를 했다.

보자기에 바늘구멍 들어갈 틈도 없게 뽕잎을 쑤셔 꽉꽉 눌러담는다. 돌덩이처럼 무겁고 단단한 보자기를 어깨에 메고 집에 와서 뽕잎을 풀어놓는다. 축축한 뽕잎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고  등은 땀범벅이. 뽕잎을  자리 위헤 넓게 펼쳐서 뽕잎이 숨을 쉬게  주었다.


뽕잎은 , 가을에 잎이   나기 때문에 누에를  해에   키웠다. 봄에 치는  춘잠이라고 하고 가을에 치는  추잠이라고 했다. 시골에는 농사 말고는  나올 구멍이 없었다. 누에를 키우려면  하나를 비워야 했다.   넓은 잠박(싸리 대.소나무. 잡나무 따위를 재료로 하여 겯거나 짜서 장방형으로 만든 누에틀)에다 누에를 키웠다. 뽕잎을 가느다랗게 썰어주면 먹으면서 애벌레가 자랐다. 누에들이 뽕잎을 어찌나  먹는지 뽕잎 대주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 누에는   잠을 잤다. 일주일 깨었다 다시 잠들고 깨고를 반복한다.    자고 깨서 6일을  먹여 키우면 누에가 .   소나무를 베어 마당에 세워놓았다. 늙은 누에를 밑에 놓으면 누에가 나무에 올라가서 집을 지었다. 딱딱한 누에고치가 되는 것이었다.  누에고치를 따서 사무소에 갖다 주면 돈을 받았다.  돈이라도 벌어야 어른들은 명절에 자식들   벌이라도 사줄  있었다.





<엄마의 이름 앞이야기>

1.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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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롤로그-영웅 영숙이

https://brunch.co.kr/@miyatoon/37

3. 우리 영숙이는 선생님 시킬 거라......

https://brunch.co.kr/@miyatoon/38

4.호랭이는 뭐하나 저 간나 안 물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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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와야국민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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