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국밥

어쩌면 삶은 소금커피와레몬케잌

by 달삣

12월 아침이다.


아파트 창밖의 나무들은 늙은 길고양이의 기죽은 눈 같고 털 빠진 갈색의 고양이 같다. 겨울비까지 내려서 마음까지 스산해진다.

아침에

감기 기운이 있는 듯하여 콩나물 국밥을 끓이기로 했다.


콩나물국밥을 하기 위해선 멸치를 볶아야 했는데

멸 치 비린내가 집안 가득 차오른다.


그 옆엔 에스프레소 커피가 끓고 있다. 완전한 불협화음이다. 어차피 산다는 건 불협화음을 조화로운 화음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즐기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나와 맞는 사람과만 살 수 없듯이 말이다.


냄새를 빼려고 현관문 여니 12월의 숲 냄새가 났다."벌써 12월이네 "


어제저녁에

옆집 할머니가 콩나물을 바구니 가득 주셨다.

이름이'월선이' 할머니는 옆집 아파트에 사시는데 혼자 사신다.


토지에 나오는 용이의 영원한 베아트리체인 월선이 이름이시다. 토지의 월선이와는 정말 다르게 목소리 엄청 크시고 수다스러운 분이시다.


소설 '토지'에 나오는

'월선이'는 말없이 모든 걸 참아내는 여성의 캐릭터이다.


소설'토지'의 명장면이 있다.


월선이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지만 운명할 때는 그래도 사랑하는 용이 품에서 죽는다.

희미한 호롱불에 겨울바람찬 밖에서 들어온 용이와 죽어가는 월선이의 대화이다.

"내 몸이 찹제"

"아입니더"

"우리 오래 살았다"

"야"

"니 여한이 있나"

"없음 니 더"

"내도 없다"

월선이의 손이 축 늘어진다.

먹먹하지만 참사랑이 함축돼있는 장면이다.


월선이라는 이름하면 조용하고 인내하는 여인이 연상이 된다.


어제 오후에 밖에 나갔다가 수유역에서 집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탔는데 조금 있다가 옆집 월선이 할머니가 올라오셨다.


이름은 월선이지만 토지의 '임이네 '같은 성격의 수다스러운 할머니라서 같이 앉으면 엄청 곤란한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전기밥통을 고쳐서 오는 중이라고 했다. 버스 안에서 크게 남 배려 없이 공개로 떠드는걸 무척 싫어하는 나는 조금 망설였다.


조용히 갈까? 하고 혼자 갈 수 있는 좌석으로 앉았는데 할머니가 불렀다. 두 사람 좌석에 앉 아서"여기 앉아"하며 팡팡 좌석을 두드리신다.



그리고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 놓으신다. 자기 자식 이야기 , 옆집 남자 , 아래층 여자의 이야기까지 훑는다.


'아이고 시끄러워 좀 조용히 좀 하세요'하고 싶지만


나는 요즘 90년대 생들처럼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설득할 능력이 없는지라 그냥 듣고 있었다.


밥통 고치고 오는 길에 수유시장의 콩나물이 너무 싱싱하고 싼데 전기밥통이 너무 무거워 못 산 걸 이야기를 계속하신다.


"네 박스뿐이어서 전기밥통을 갖다 놓고 가면 다 팔릴 텐데"하고 걱정을 하신다.

콩나물이 싱싱하다는데 못 사서 안달을 하시는 거다.


"제가 밥통 아주머니 집 앞 현관 앞에 갖다 놓을 테니 걱정 말고 콩나물 사 가지고 오세요"


했더니 "아냐 내가 들고 가야지, 갖다 놓고 다시 콩나물 사 가지고 오면 되지 다 팔렸으면 할 수 없는 거고 "혼자 사는 할머니의 취미생활 이려니 했다.

할머니 전기밥통은 버스에 내려서는 결국 내가 들고 갔다.


노인이 무거운 걸 들고 가는걸 보니 내 맘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아냐 아냐 내가 들 거야" 하셨다. 조금 들고 가다 숨이 차신지 걷다가 멈추셨다. 나는 잽싸게 전기밥통을 낚궈 챘다.


"무거운데 미안해서 워쩐다"


전기밥통을 할머니 현관문 앞까지 들어다 드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내할일을 했다.


저녁쯤 할머니가 아파트 초인종을 눌렀다.

"콩나물 좀 먹어봐"

결국 그 시장에 가서 사 오신 거였다.


그것으로 콩나물 국밥을 끓였다.


12월 아침 에스프레소 커피와 멸치 비린 내가 어떻게 조화로운 냄새가 날까 기대했지만

결국 멸치 비린내의 승리로 현관문을 열었고

12월의 숲 냄새가 '거봐'하는 듯 위로해준다.


어쨌든 할머니의 콩나물로 인해 몸이 후끈 거리며 감기가 나가는 듯했다.


tip

콩나물 국밥 맛있게 먹기 위해선 먼저 멸치를 프라이팬에 볶아 비린내를 날려야 한다.

재료:국간장 다시마 파 마늘 콩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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