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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야 산다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53

by 문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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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야 산다

가을이 겨울 문턱을 서성거릴 때

독일로 돌아왔다.

늙고 아름다운 뉘른베르크의 성으로

다시 돌아와 거울 앞에 선 그 누님.

색색의 마른 잎들이 아직은 매달려

찬바람에 반짝반짝 흔들린다.


가을이 곱게도 들러붙은 성벽은

할 말을 잃게 그저 아름답지만

이곳은 곧 하얗게 눈으로 덮여 사라진다.

마음이 바빠진다.

겨울은 부산에 살던 내게 너무 춥다.


없는 것, 안 되는 것은 생각지도 말고

내가 가진 것들을 봐야 하는가.

어떤 평안함은 멈춰진 것 같고

멈추면 넘어질 것 같다.

없는 것이 갖고 싶고 안 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멈추지 않고 뛰었지.


날은 조용히 더 쌀쌀해지는데

내 행복이 저쯤 어디 떨어져 있으려나

마지막 스러져가는 잎들을 보고 있다가

어떻게 살 것인가

익숙한 질문을 성벽 아래 툭 던져놓은 채

옷깃을 여미고 집으로 돌아왔다.


몸과 마음을 다 바쳐 행복을 찾아야 한다.

필사적으로.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뉘른베르크의가을언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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