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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정 Jun 19. 2024

에쿠니 씨의 에세이는 맘보 얌얌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69

에쿠니 씨의 에세이는 맘보 얌얌


에쿠니 씨의 에세이 중고책 여섯 권을

육만 원 주고 해외배송받았다.

빨리 다 읽을까 봐 아껴 읽으려고

읽으면서 자꾸 딴짓을 한다.


'입안에서 쪽쪽 빨다가 작아진

눈깔사탕처럼 옅은 초록색'을

떠올리다 말고 주변을 둘러본다.

창밖에 페그니즈 강이 흐르고

앉은뱅이 테이블 몇 개는 비어 있고
이 카페엔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네.

맘보 얌얌. 맘보 얌얌.


오늘은 비가 올 거라 해서
우산을 챙겨서 나왔다.

'다쳐서 양호실에 가면 발라주던

빨간 약'을 좋아하다니

나도 한 번 양 무릎이 까져서

빨간 약을 벌겋게 바르고 다녔지 하고는

어 비가 내리네.

커피 한잔 더 시켜야겠는 걸.

맘보 얌얌. 맘보 얌얌.


'옷가게에서 눈이 반짝 뜨일 듯 선명한

노란색 옷을 보고는 가슴이 두근거려

거울 앞에서 옷을 살짝 대보고'

수줍게 실망하는 모습을 상상하다가

아까부터 흘러나오는 처음 듣는 샹송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고 다.

어깨를 소심하게 옴질대면서

맘보 얌얌. 맘보 얌얌.


에쿠니 씨의 에세이는 편안한데 힘이 세다.

아무나 따라 부를 수 있는 맘보 얌얌처럼.

거리를 보니 바쁜 관광객들의 걸음사이로 

겨울이 총총 오고 있다.

나도 이제 책을 덮고 일어서야지 하는데

한번 더.

맘보 얌얌. 맘보 얌얌.



*에쿠니 가오리 씨의 에세이(원제:하찮은 것들)의 일부내용을 포함하였습니다.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세르주갱스부르의MAMBO-MIAMMI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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