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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정 Jun 27. 2024

남편과 함께 가는, 나를 위한 교토 여행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77

이번엔 행복해 보이는 50대 두 아줌마(헬로키티와 나) By 문 정


남편과 함께 가는,

나를 위한 교토 여행   

  

한국 온 지 얼마 안 돼 마박이가

한국에 오는 경비도 만만치 않았지만

‘우리의 추억은 소중하니까’

무리해서라도 교토도 가자고 했다.


이번 여행은 나를 위한 여행이니까

나 가고 싶은 곳에 가고

가서 나 하고 싶은 거만 하라면서.

말은 참 좋은 말이다 생각하며 그냥 갔다.

어차피 회장님 수발연장선이겠지만

우리 둘 다 외국인이 되는 게 낫긴 하다.


안 물어봐도 나는 다 계획이 있다.

무인양품 식당에서 오반자이에

뜨거운 고봉밥을 시켜 먹고

꼭 어느 푸딩과 계란 샌드를 먹어야 하며

소품가게에서 패브릭과 주방용품을 사고

서점에서 책도 좀 보고

빵지순례도 해야 하고. 끝이 없다.


마박이는 어디서건 내 볼 일 다 볼 때까지

소파에서 지긋이 기다리다가

내가 목을 긋는 신호를 보내면

계산대로 와서 충실히 카드만 내밀었다.


조금은 행복했어?

답을 이미 알고 있는 듯 물어보는데,

혼자 올 때가 훨씬 내 영혼을 채워주었지만

남편과 처음 함께 온 교토여행으로

마음이 노글노글해진 것 같아서

행복하고 게으른 나무늘보처럼 웃으며

응 하고 대답했다.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이럴때보면속이있고 #혼자도좋고같이도좋고

청수사 내려오는 길에 마박이는 Snow human인 유키오를 사고 나는 인어 아마비에 열쇠고리를 샀다. By 문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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