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잔고 백오십만 원 작가의 불안법

우리는 불안하지만, 우리가 맞습니다

by 박민우

불안 안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요? 통제가 안 될 정도로 불안할 때도 있죠. 그런 때 저는 이런 방법을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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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확실하게 죽는다.


이게 제일 효과적이에요. 어쨌든 죽을 건데 뭐.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어? 모르는 사람 많던데요? 돈은 모으는 재미지. 이러면서 쌓아놓고만 사는 사람 많던데요. 남의 돈 뺏을 생각만 하는 사기꾼도 많고요. 집 한 채면 되지만, 은행 돈까지 끌어다가 몇 채 사다 놓고 배 두드리는 사람도 많고요. 생의 유한함을 체감하는 사람 막상 별로 없어요. 평생 살 줄 알고, 이백 살, 삼백 살 스케일로 고민해요. 운이 좋으면 수명대로 살 테고, 운이 없으면 내일 죽을 수도 있다. 그 생각이 제게 여유를 줘요. 죽고 싶은 사람은 없지만, 안 죽는 방법은 없죠. 최악의 상황엔 죽겠군. 그런데 다들 죽잖아. 불안이 쏙 들어가더라고요. 이렇게 생각하자마자요.


2. 아, 어떻게 하지? 걱정만 하나? 배가 불렀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잠이 안 오는 거예요. 그런데 왜 걱정만 하지? 아직 최악까지는 아니구나. 그리고는 그냥 자요. 불이 똥꼬를 지지고 있으면, 고민만 하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심란하면요. 더 맛있는 걸 먹거나, 책을 읽거나요. 즐길 거리를 찾아요. 진짜 최악인 상황엔 이 여유가 없을 테니까요. 곧 사라질 '여유'니까 써야죠. 쓰라고 있는 '여유'니까요. 걱정만 하고 있는 저는, 아직 배가 부른 겁니다. 정신 못 차리고 있는 한심한 놈일 수도 있죠. 한심해질 수 있으니까, 한심해지는 거예요.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한심해지고 싶어도, 한심해질 수가 없어요. 불가능해요.


3. 진짜 큰일이 난 것 같아요 - 뭐라도 합니다


저는 통장 잔고가 늘 백만 원이 안 됐어요. 예외적으로 요즘 좀 부유해요. 백오십만 원 정도 있어요. 네, 전 재산이 백오십만 원입니다. 이 재산을 만들기까지 큰 몸부림이 있었죠. 매일 저의 일기를 발송하고 구독료를 받았어요. 처음엔 욕도 먹었죠. 돈만 밝히는 추잡한 작가가 됐죠. 그런 반응을 예상했는데도 충격이었어요. 내 삶이 너무 구차해서 울고 싶었죠.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먹고살아야 하니까요. 망설임이 끼어들 틈이 없더라고요. 뒤에선 불길이 쫓아오고, 눈 앞은 벼랑이죠. 벼랑에서 뛰어내리는 비장함으로 구독 신청을 받았죠. 세상에나. 지금 저는 백오십만 원이 넘는 돈을 보유한 자산가가 됐답니다. 심지어 고맙다는 소리도 들어요. 매일 귀한 글을 보내 주셔서 감사하다고요. 네, 자랑입니다. 에헴!


4. 그런데 불안이 나쁜 거야? - 발상의 전환


불안하지 않았던 시간이 있었나 싶어요. 그나마 안락했던 시간은 대학교 1학년 때 정도요. 그때도 나름 세상이 참 의미 없고 지겹더라고요. 대학교는 다를 줄 알았어요. 줄기차게 필기를 해대는 수업뿐인 거예요. 토론하고, 발표하는 수업을 기대했거든요(요즘엔 안 그러겠지만요). 소개팅에서 까이면 몇 달을 괴로워하고요. 배가 부르면 부른 대로 고민이 많더군요. 인간은 사서라도 고민을 하나보다. 어차피 불안해할 거면, 긍정적인 변화에 써보자. 요즘 저는 매일 미친 듯이 글을 써요. 에전엔 절대로 쓸 수 없는 양의 글이죠. 불안이 저를 단련시켰어요. 나쁜 것만은 아니라니까요. 불안이 없는 천국보다, 나를 변화시키는 불안을 택하려고요. 살아 있는 기분이 들어요. 공짜가 없어서 더 좋아요. 내 인생, 괜찮죠? 겁나 바람직하고 건강한 글쟁이 아닌가요?


5. 모든 걸 끊어라 - 생각 다이어트


다 끊어 보세요. 인터넷도, 책도, 신문도요. 하루 정도만요. 무지 힘들어요. 장담하건대 거의 불가능할 거예요. 우리의 생각이 사실은 참 별거 없어요. 노출된 정보에 지배받죠. 실제로는 교통사고로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지만(2018년 3,781명 사망), 우린 코로나 생각뿐이죠. 상상해 보세요. 코로나로 삼천 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불구가 됐다고요. 숨도 안 쉬어질 만큼 무섭죠? 자동차를 타면 식은땀부터 나는 사람은 없지만, 마스크를 안 쓴 타인을 보면 너무도 불쾌하고, 무섭잖아요. 우리의 정보가 이런 식으로 왜곡됐어요. 세상이 흔들면, 그 방향으로 흔들려요. 하루라도 이런 정보의 홍수에서 멀어져 보세요. 독하게 끊어 보세요. 저는 매일 글을 쓰기로 해서, 당장은 못해요. 핑계 아니고요. 여러분의 불안을 응원합니다. 같이 열심히 떨면서 살아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여러분에게 닿으려고 이렇게 작은 노력을 해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더 가까워진 이 기분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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