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제 9화) 음악 수행평가
그렇게 시간이 흘러 벌써 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되었다. 소년과 정혜의 키는 어느덧 훌쩍 자라 있었다. 이제 제법 초등학교 고학년 언니 오빠 티가 나고 있었다.
소년은 더 이상 혼자 밥을 먹지 않았다. 반찬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밥도 그대로였지만, 새로 사귄 친구들과 함께 항상 밥을 맛있게 먹었다. 밥을 다 먹고는 남는 시간에 반 아이들과 축구를 재미있게 하면서 땀을 흘렸다. 소년은 천성이 워낙 착하고 순해서 아이들도 모두 소년을 좋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년의 진가가 알려진 건 역시 음악 시간이었다. 음악 수행평가로 ‘가곡을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노래 부르기’가 있었는데, 아이들은 어려운 가곡의 난이도에 쩔쩔맸고, 반 친구들은 그런 친구들의 모습에 깔깔대며 배꼽을 잡고 웃곤 했다.
이윽고 소년의 차례가 되었다.
정혜가 나지막히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하하. 다들 깜짝 놀랄 걸.”
소년은 시험이라고 생각하니 평소보다 조금 더 긴장이 됐지만, 이내 긴장을 풀고 평정심을 되찾으며 아름답게 노래를 불렀다. 소년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천상의 소리였다. 아이들은 소년이 노래 부르는 내내 숨소리도 들릴세라 모두 숨을 죽이며 소년의 노래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이윽고 노래가 모두 끝났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놀랍게도 소년의 노래를 듣고 감동을 받아 우는 아이들도 있었다.
“와아아아아아!!!!!!!!!”
“너무 잘한다!!! 종훈이 최고다!!!”
“와아아아아!!!!”
"진짜 잘 부른다!!!!!"
“짝짝짝짝짝짝!!!!”
규한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크게 박수를 쳤다. 놀라운 대사건이었다. 규한에게도 소년은 노래를 인정받은 것이었다.
소년은 쑥스럽기도 하고 긴장도 되고 해서 기분이 무척이나 얼떨떨했다.
잠시 후 음악 선생님이 조용히 말했다.
“종훈이. 있다가 끝나고 교무실로 선생님한테 좀 오거라.”
소년은 음악 선생님이 왜 그러시는지 의아했다.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부르실까.. 잠시 고민했지만 선생님의 말은 거역할 수 없었다. 소년은 수업이 모두 끝나고 교무실로 갔다.
교무실로 가니 음악 선생님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음악 선생님이 소년을 보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왔구나!"
"예 선생님."
“종훈아.”
“예 선생님.”
“다른 게 아니라..”
"예 선생님.."
“너 있잖아. 노래를 제대로 한번 배워보지 않을래? 선생님이 가르쳐줄게.”
“.......아.."
"저....”
“그래 말해.”
“저.. 저는 커서 소방관이 되고 싶은데요.......”
“소방관! 그래 소방관도 너무 훌륭하고 멋진 직업이지!!”
“예..”
“그런데 종훈아. 소방관은 나중에 더 커서 생각해보고, 지금은 성악가가 되는 걸 준비하는 게 어떠니?”
“성악가요.?”
“그래 성악가. 클래식 음악이나 가곡을 전문적으로 노래 부르는 사람을 말해.”
“물론 원한다면 가요나 팝송을 부를 수도 있는 거고.”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그럼! 종훈이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지! 종훈이 넌 노래에 타고난 재능이 있어!”
“네.. 감사합니다..”
“종훈아. 일주일에 두 번, 학교 수업 끝나고 선생님이랑 성악 수업하자. 요일은 어떤 요일이 좋을지 시간은 언제가 좋을지 생각해보자.”
“네 선생님..”
“그래 종훈아. 아까 전에 노래 너무 잘 들었어. 너는 재능이 있어! 걱정하지 마 잘될꺼야! 선생님한테 우선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배우다가 나중엔 성악과 교수님을 소개시켜 줄 거야.”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제가.. 근데요..”
“어 수업료는 걱정하지마 수업료는 없어.”
“네 선생님.. 저..저.. 감.. 감사합니다..”
“그래 종훈아 알았다!”
그 뒤로 소년은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성악 레슨을 받았다. 원래도 무척이나 곱고 아름다운 목소리였는데 이제는 정확한 발성과 함께 힘까지 붙어서 소년의 노래 실력이 더더욱 일취월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