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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eer Feb 10. 2023

아빠와 자동차

아빠에 대한 기억 조각 아홉

  내가 탈 줄 아는 모든 바퀴가 달린 것들은 아빠로부터 배웠다. 자전거, 자동차타는 법 말이다. 난 생활의 많은 부분을 엄마에게 의존하는 편이었지만 그 부분들은 아빠의 영역임이 확실했다. 아빠도 그걸 자신이 해줘야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늘 먼저 나서서 도움을 제안했다.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성인이 되고서야 배웠다. 당시 내가 직장을 얻어 고향으로 내려온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어느 날 엄마가 어딘가에서 자전거를 구해왔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평화롭게 바람을 가르는 것은 나의 오래된 로망이었다. 자전거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아빠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빠 "니 자전거 타려고? 내가 가르쳐줄게."
 
나 "아빠가? 아빠 또 가르쳐주면서 나한테 화낼거잖아"

아빠 "진짜 화 안내고 가르쳐줄게."

나 "진짜지?"


  아빠로부터 화내지 않고 친절하게 가르쳐주겠다는 당부를 받고서야 우리는 공원으로 향했다. 자전거 타기는 쉽지 않았다. 자전거에 올라타 바퀴가 굴러가기 전까지 그 찰나를 견디기가 힘들었다. 바퀴가 굴러가고나면 페달을 밟는 건 괜찮았다. 운동신경 제로인 똥몸에게는 바퀴를 굴리기 딱 직전 발을 올리고 나서 균형을 잡는 것이 매우 어려운 지점이었다. 아빠는 잡아줄테니 자기를 믿고 페달에 다리를 얹어보라고 했다. "아빠 그게 어렵다고요!!"


절대 안놓을테니까 함 믿어봐라   



  그렇게 아빠가 잡아주는 자전거에 올라타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아빠가 끝까지 놓지 않는다고 믿으니 그 순간의 균형을 잡는 것이 무섭지 않았다. 그렇게 그날 아빠는 몇번이고 자전거를 붙잡아줬고 아빠가 내 자전거에 손을 떼고도 나는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로망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몇 개월되지 않았을 시점에 자동차를 사게 되었다. 나는 면허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완전 초보였다. 면허 취득 이후에 도로에 나가 본 적도 없었다. 직장이 너무 멀어 일단 자동차를 샀는데 도로는 무섭기만 했다. 아빠가 나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아빠 "도로주행 연수 또 받을 필요 뭐 있노. 내가 가르쳐줄게."

나 "음? 아빠가 가르쳐주려고?"

아빠 "자전거 배울 때 화 안냈다아니가. 믿어봐라. 내가 해줄게. 내가 또 10년 무사고 운전아니가."



  자전거 티칭으로 나의 신뢰를 얻은 아빠는 자신만만했다. 그렇게 아빠와 나는 도로 주행에 나섰다. 코스는 집에서 직장까지 가는 길로 40분 코스였다. 생각해보면 그 순간은 아빠에게도 공포였지않았을까. 면허 시험 때 도로주행에서 3번 떨어진 나였다. 속력 40으로 달리면서도 후덜덜거렸다. 당시 아빠의 심정이 어땠든 아빠는 겉으로는 태연했다.


"한번 가보자. 조금만 더 속력내봐. 그래도 이런 도로는 속력 60까지는 달려줘야해."

"니 같은 것들은 다른 차들이 알아서 피해간다. 다른데 보지 말고 일단 앞만 봐."

"여기서 다 니보다 운전 잘하니까 믿고 니는 앞만 보고 천천히 가면 돼."



  평소 아빠답지 않게 버럭거림은 없었다. 침착한 아빠의 태도에 나도 차분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아빠 말대로 천천히 앞만 주시하며 달렸다. 아빠는 많은 것을 알려주려고 하지 않았다. 천천히 하면 다 된다고 했다. 단순한 가르침이었다. 그 말대로만 하니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40분을 달려 나의 직장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날 아빠에게 배운 운전으로 용기를 얻어 직장으로 출퇴근하고 다닐 수 있었다. 그렇게 운전을 해온 것이 거의 10년이 되어간다. 최근에는 아빠에게 운전으로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그새 조금은 더 나이 든 아빠는 여전히 우리집 베스트 드라이버였지만 가끔씩 위험하게 운전했다. 그러면 나는 옆에 앉아서 잔소리를 해댔다. "아빠 위험하다고. 조심 좀 하라고." 그리고는 아빠를 제치고 베스트 드라이버 자리를 쉴새없이 노렸다. "엄마 요즘은 내가 아빠보다 운전 더 잘하지? 내가 베스트 드라이버지?"라며 아빠에게 도전했다. 아빠는 내 말에 콧방귀도 뀌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제 우리집 베스트 드라이버 자리는 자연스럽게 내가 꿰차게 되었다. 이딴 건 내가 원하지도 않은 승리였다. 적어도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다. 아빠가 없어지면서 우리집 1등 운전사가 되는 건 전혀 반갑지 않았다. 아빠가 되돌아올 수만 있다면 난 그저 그의 영원한 하수로 남아도 좋다. "지 내한테 운전배운 기"하며 비웃던 아빠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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