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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by 몽유

슬픔을 등져야만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은

나에게는 늘 허망했고 부질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디에나 희망이 있다고 했다

누구나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했지만

바람은 항상 한 방향으로만 불어왔다가

앞에 자리한다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사실, 사람들은 너의 바람에는 관심이 없다


너의 얼굴은 완전한 대칭이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때로는

피카소의 초상화들처럼 기괴하다

한쪽으로만 귀를 쫑그리고 있지 마라

눈에 드는 것들만 마음에 심지 마라

얼굴을 들이대다 보면 동서남북 사방에서

바람소리가 울린다


슬픔을 등지지 않으면 바람을 지날 수 없어

너와 난 서로 마주하지 못하는 비대칭이 되었다

언젠가 시간이 또다시 제 멋대로 흘러가서

꼭 하나의 어느 지점에선가 만나게 되면

나는 여전히 한쪽으로만 얼굴을 들이대고

바람이 불어오고 불어가는 방향에서

너를 마주하게 되기를 바란다

깊은 슬픔을 등지면서, 적당한 바람으로

희망을 말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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