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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유 Apr 29. 2024

바다 - 그리움만으로 물들다

4월의 바다에서

지난 봄의 약속대로

하얀 국화송이 두 손으로 꼭 감싸안고

노란 바람꽃이 날리는 바다에 다녀왔습니다


가슴을 찢어발긴 그리움이 되었더군요

아련한 목메임이 슬픔이기도 했습니다

네, 소금기 섞인 빗물이 두 뺨을 타고 내려

그렇잖아도 흐릿한 두 눈이 젖어들고 말았습니다


귓가로 와닿는  바람이 차가웠습니다

계절은 또다시 바뀌어 꽃눈이 날리는데

이 어찌할 수 없는 그리움은 핏빛 두견화가 되고

슬픈 사랑은 닿을 수 없는 바람이었습니다


밤사이 슬픔을 토해내는 사람들과

어슴푸레한 그리움을 물들이는 사람들은

가벼운 눈인사도 없이 서둘러 떠나가고

파란 숙명삼키고 자맥질하는 바다​에서

슬픔은 또다시 꽃눈입니다

그리움은 또다시 꽃눈입니다


바다가 그리워 밤을 지새우진 않았습니다

청운의 꿈을 안고 첫 발을 내디디던

그때부터 시작되었던 내 슬픈 짝사랑 때문입니다

길 잃고 헤매기 딱 좋던 서울이라는 매캐한 동네

날 며칠을 초점 잃은 눈으로 찾았던 당신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시작된 내 뼈아픈 후회 때문입니다

바다에 버려두고 왔어야 했던 내 미련 때문입니다


사람이 만든 슬픔

어슴푸레한 그리움

차마 바다가 삼키지 못한 슬픔이

아직도 그리움으로 부서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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