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의 약속대로
하얀 국화송이 두 손으로 꼭 감싸안고
노란 바람꽃이 날리는 바다에 다녀왔습니다
가슴을 찢어발긴 그리움이 되었더군요
아련한 목메임이 슬픔이기도 했습니다
네, 소금기 섞인 빗물이 두 뺨을 타고 내려
그렇잖아도 흐릿한 두 눈이 젖어들고 말았습니다
귓가로 와닿는 바람이 차가웠습니다
계절은 또다시 바뀌어 꽃눈이 날리는데
이 어찌할 수 없는 그리움은 핏빛 두견화가 되고
슬픈 내 사랑은 닿을 수 없는 바람이었습니다
밤사이 슬픔을 토해내는 사람들과
어슴푸레한 그리움을 물들이는 사람들은
가벼운 눈인사도 없이 서둘러 떠나가고
파란 숙명을 삼키고 자맥질하는 그 바다에서
슬픔은 또다시 꽃눈입니다
그리움은 또다시 꽃눈입니다
바다가 그리워 밤을 지새우진 않았습니다
청운의 꿈을 안고 첫 발을 내디디던
그때부터 시작되었던 내 슬픈 짝사랑 때문입니다
길 잃고 헤매기 딱 좋던 서울이라는 매캐한 동네
몇 날 며칠을 초점 잃은 눈으로 찾았던 당신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시작된 내 뼈아픈 후회 때문입니다
바다에 버려두고 왔어야 했던 내 미련 때문입니다
사람이 만든 슬픔
어슴푸레한 그리움
차마 바다가 삼키지 못한 슬픔이
아직도 그리움으로 부서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