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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ㄹim Jul 28. 2018

말이 헛나와또 。
















매력적인 이목구비에 늘씬한 몸매 거기다 똑똑하고 도도해 보이는 분위기까지 소유한 친구 A.

대학에서 홍보를 전공하고 현재는 굴지의 광고회사에서 잘 나가는 AE로 일하는 멋진 그녀이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별로 밝히고 싶지 않은 콤플렉스가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헛 말.


대학시절부터 함께 지낸 나로서는 A의 헛말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친구들끼리 모여서 요즘 재밌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대해 수다를 떨고 있을 때였다.

조금 늦게 합류한 A는 무슨 이야기들을 하는지 귀 기울이더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요새 그거 좋더라, 거침없이 김삼순!“



당시에 <거침없이 하이킥> 이란 일일 시트콤이 방영 중이었고, <내 이름은 김삼순>이


케이블에서 재방영 중이었는데,

아무래도 그녀는  이 두 프로그램을 동시에 즐겨봤던 것이 아닐까. 라고 우리는 결론을 내렸다.


또 한 번은  A가 소개팅을 하게 되었는데 소개팅남이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긴 데다 학벌도 장난 아니란


소문이 돌면서 소개팅도 전에 그녀의 만남은 이미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되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소개팅 당일. 어찌나  A의 소개팅 내용이 궁금했던지


나와 몇몇 친구들은 그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한창 만남 중일 그녀에게 전화를 걸고야 말았다.



“지금 만나고 있어? 밥 먹어? 어때 어때?"



당황할 거다.. 예상은 했지만서도 그녀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더 좋지 않았다.

불안함을 직감한 우리는 아차 싶어 황급히 미안하다는 말을 뱉은 후 전화를 끊으려는데 그때,


그녀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런  아냐. 그냥 낮에 먹은   잘못됐나 . 계속 속이.. 속이  많이 덥수룩하네..."



식도에 부숭부숭한 털이 차오르는 듯한 당혹스럽고 그로테스크한 비주얼이 상상되었고..

전화를 끊은 우리는 허리가 끊어져라 웃어댔다. 그리고 

속이 ‘덥수룩했던 그날의 소개팅은 A 앞에서 절대로 언급할  없는 일종의 금기어가 되었다.


그런 A 대학 졸업  사회인이 되면서 점차 말투와 표현을 조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점점 헛말을 하는 횟수도 잦아들게 되었고 요즘엔 거의 헛말 하는 일이 없게 되었다.

웃을 일이 하나 사라진 우리로선 살짝 아쉬운 일이었지만 그녀가 콤플렉스로 끼는 부분이라니 다행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

그녀의 DNA에서 완전히 삭제된 줄만 알았던 그녀의 헛말 버릇이 불쑥 튀어나온 사건이 발생했는데...


A  회의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나이스 하게 발표를 마치고 일어서던 A 그만 테이블에 허리께를 부딪혔고 생각보다 

 "" 소리가  크게  . 팀원들이  그래? 무슨 일이야? 하고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당황한 A,



"아하하 별거 아녜요, 일어나다 부딪혔어요! 제가  자궁이  편이라서요!"



순간. 회의실엔 정적이 흘렀고. 과장님 휘하 모든 남자 직원들은 고개를 떨구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고 한다.

이제 갓 입사한 신입사원 남자 후배는 어쩐지 성희롱을 당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며


(먼 훗날 회식자리에서) 고백했다고...



모쪼록 그날 저녁. 골반이란 말을 자궁으로 헛 말한 그녀는 정말이지 창피해서 죽을 뻔했다며


연신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연거푸 술잔을 비워댔지만.


아주 오래간만에 출몰한 A표 헛말이 우리는 그렇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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