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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ica Dec 25. 2023

천사의 도시에 천사는 없다

누구에게나 삶은 녹록지 않다.

어느 누구의 삶도 쉽기만 한건 아닐 것이다.

혹 지금이 아니라면 나중이라도.



 미국에 남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서의 유흥문화를 피해 도망한 거란 말이 젤 정확하다. 한국으로 돌아갔더라면 가족들 옆에서 전처럼 경제적으로 의지하며 일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장 피하고 싶었던 것은 ,  그가 예전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는 "경험에 의한"  두려움이었다.

늘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은 내 옆구리에 붙어서 떠나질 않았다. 뿐 아니라 혼자 있게 되는 시간에는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평범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켜본 그들의 생활과 배우자와의 관계는, 참으로 정상적이지 않아 보이는 나의 그것과 비교가 되어 나를 슬프게 했다.

그러나 맥 놓고 앉아 있을 순 없었다.

친정엄마가 말한 것처럼, 그리고 내가 결정한 바대로 나는 내가 아니라 아이들을 지키는 엄마로서의 인생을  살아야 했으니까.


엘에이로 돌아온 이후 나는 합법적으로 미국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신분을 만드는 일에 고심을 했다.

그가 영주권을 스폰받을 수 있는 직장을 얻을 수 있었더라면 아마 제일 쉽고 좋았을 것이지만, 쉬운 길은 절대 우리에겐 열리지 않았다. 결국 고민끝에 내가 비즈니스를 하여 합법적 신분 유지를 하고 그는 배우자로서 영주권 스폰을 조건으로 걸지 않아도 취업을 할 수 있도록 계획을 했다.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그 첫 비즈니스는 커피숍이었다.  

부자동네의 깨끗하고 자그마한 가게가 괜찮아 보였다.

돈 버는 일이라곤 해보지도 않았던 내가 이제 걸음마를 뗀 둘째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고 새벽길을 나서 문을 열고 , 하루종일 가게에서 앞으로 뒤로 뛰다가 , 뒷정리를 하고 나왔다.

집에 오면 아이들 챙겨 저녁을 먹이고는 다음날 장사 준비를 하고  다시 새벽길을 나서는 일이 하루도 쉬지 않고 반복되었다.


나는 힘에 부칠 때마다 나를 달랬다...

이런 나를 언젠가 그가 알아주지 않을까... 아니, 그는 아니더라도 신이 있다면 나의 열심에 감동하여 언젠간 작은 부스러기 같은 복이라도 허락해주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건네곤 했다.



장사는 잘 되었다.

그럴수록 나는 쉴틈이 없었다.

일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건사고도 많은지라 , 한시도 비울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가 전쟁같이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친구의 남편 회사에 취직을 했던 그는 일 년도 지나지 못해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가게에서 잠깐씩 일도 봐주고 아이들도 픽업하는 일을 하던 그에 비해 나는 미친 듯이 바빴다.

주방으로, 배달로 앞치마를 두르고 벗을 틈이 없었다.

가게에 갇혀 감옥살이를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짬짬이 알게 되는 그의 카드사용내역은 여전한 그의 이중생활을 알려주고 있었다.



겨울이 되면 엘에이는 우기로 접어든다.

새벽길을 나서 가게로 가기 전, 어두운 그 길에 내리는 비가 꼭 내 인생처럼 처량하게 느껴졌다.

그때 한국의 꽤 유명한 여배우가 자살한 사건을 뉴스로 들으며 ,  나는 그녀의 선택에 대해 절절한 이해와 공감을 했다.

나도 그러고 싶었으니까..


내가 아무리 발버둥 치고 애를 써도 변하지 않는 사람과 상황들.

매일 눈뜨면 다시 반복되는 일들이 , 살아가기 위해 치러야 하는 일상의 일들이 , 끊임없이 닥쳐오는 파도 같았다.

징그러웠다.

숨 쉬고 먹고 마시는 일도 지겨웠다.

웃고 떠드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웃는 일도 줄어들었다.

아이들을 바라보며 힘을 내야 한다고 나를 달래던 일도 ,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두 아이들이 내 발목에 채워진 무거운 족쇄로 느껴졌다.

훨훨 날아가고 싶었다.


누가 그랬던가,

하면, 된다고.


누가 그랬던가,

진심은 통한다고.


누가 그랬던가,

선하게 살면 복 받는다고.


절망에서 벗어나기엔  나는 너무 지쳐가고 있었다.



나는 또다시 미국에서 철학관으로, 점집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남들이 말한 세상의 진리들은 내게는 통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내가 가진 한계 안에서 최선의 최선을 다하다 보면 그래도 ..차선은 가겠지 하는 심정으로 , 다시 물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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