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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ica Feb 10. 2024

모두를 태워야 멈추는, 불길처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

뭘 하면 당장 끊긴 생활비를 벌 수 있을 수 있을까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정말 사실일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뭘까

당장 이번주의 필요한 만큼의 돈은 어떡하지….




끊임없는 질문이 떠오르지만 아무것에도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질문뒤에 존재하는 침묵은 더한 공포로 다가왔다.

하지만  엄마였던 나는 다가오는 시간마다 아이들을 픽업하고 챙기는 일마저  멈출 수는 없는 거였다.

어울리지 않는  부산스러움으로 아침에 아이들을 챙겨 내보내고 돌아오면 집안에는 적막과 고통만이 오롯이 나를 맞았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공간에서도 내 머리는 끊임없이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돈으로 바꿀만한 물건이 있을까?

아니,,, 없다.

이미 팔아 치울 수 있을 만한 것들은 다 팔았다. 더 이상 남아있는 것은 없었다.

일단 돈을 어디서 빌려봐야 할까?

아니, 돈을 빌릴만한데도 없었다. 이미 빌린 것들도 갚지 못한 상태였다.

신용카드는?

파산한 직후라 그것조차 없었다.

내가 도움을 청할 가족이나 친척이 있나?

아니…그런 가족은 내겐 없네..

한번 꺾어지고 망한 이후 회복 없이 쭈욱 고만고만한  친정에 도움을 청할 형편은 더더욱 아니었다.


당시 함께 살고 있던 고등학교 후배나 홈스테이를 하고 있던 막내이모의 딸도 여유 있는 형편에서 미국으로 온 것이 아니어서 그들이 함께 기거하는 비용으로 내게 주는 생활비는 사실 공과금을 내기에도 모자라는 적은 액수였다.  애초부터 생활비 마련의 방편으로 객식구를 집에 들인 건 아니었었다.

그저 우연히, 나와 인연이 닿았다는 이유 한 가지와 내가 세상의 땅끝에 선 그들의 막막한 처지를 충분히 이해할 만큼 나도 같은 자리에 있다는 공감, 그 이유 때문이었다.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는 아침이 지나고 나면 집안은 적막과 불안과 공포로 가득해서 그 공기를 마시고 호흡하기가 두려울 정도였다.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정말 나는 당장 살아갈 일이 막막했다.

내 머리로는 상황도, 나의 처지도, 당장 시시각각 닥쳐오는 현실의 금전 상황도 해결의 희망을 찾아보려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나의 무능력은 불가사의한 현실의 냉정함 앞에  너무나 투명하게 드러나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수록, 궁리에 궁리를 더할수록...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설사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낸다 하더라도, 내가  일자리에 나가있는 동안 생길 공백은  아이들이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필요한  돈만큼의 일자리를 구하려면 24시간 쉬지 않고 일해도 모자랄 것이었다.


숫자 앞에 유난히 총기를 잃는 내 두뇌는 그 기능을 멈추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과 가다가다 몰아쉬는 깊은 한숨만이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앉았다 누웠다 서성이기를 반복하는  집안에서의 나는 , 상처 입고 우리에 갇힌 작은 동물에 지나지 않았다.



햇살이 유난한 어느 오전이었다.

끝 간 데 없이 떠오르는 궁리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던 나는 그 절망스러운 대답들에 진절머리가 났다.


답이 없다.

내 인생에 답이 없어.

어차피  한번 태어나고 한번 죽는 인생, 더 무슨 꼴을 볼 수 있을까.

대학을 앞둔 아이는 여기에 맡기고 작은애를 데리고 친정에 맡겨야겠다

그리고.. 죽어야겠다.


미련한 내 머리로 낸 결론은 그거였다.


더 이상 견딜 수 있는 힘과 의지도 이제 나는 없어.  
힘과 의지가 자라도록  물을 주고 자라게 할 희망도 내겐 없어.  
없는 걸 아우르고 북돋아볼 생활력도, 마음에 가득한 절망을 어떻게 걷어내야 할지도 나는 모르겠어.  
내 몸이고, 내 마음인데 나는 이것들이 어디에서 온 건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조차 모르겠어. 내 몸 안에 있는 것들조차 알 수 없는데, 내 앞길은 어찌 알겠어.   
내가 나에 대해서도 아는 게 하나 없는데, 나 아닌 남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지.


내 삶의 문제들은 돈 때문이기도 했지만 실은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시작에서부터 끊임없이 같은 패턴으로 이어져온 불씨는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더 힘이 드세졌다.

이제 그 문제들은 나를 태우고, 가까운 주변사람들의 인생을 태우고 있었다.


예측불가하게 맹렬히 집어삼키는 불길 앞에서 우리는 속수무책이었고,

나는 그 불길 앞에 내 몸이 타들어가는 줄 모르고 넋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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