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6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주무르고 늘리고_ 요리사 모자를 쓴 아이가 반죽을 주무르기 시작합니다. 꼬집어 보기도 하고, 꾸욱 얼굴을 찍어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조심조심 의자에 앉히기도 하고, 강아지를 간질이기도 해요. 몸에 돌리기도 하고, 칭칭 감기도 하며 어른들은 생각한 적 없는 다양한 놀이를 합니다. 아이들은 주인공의 행동에 푹 빠져 들 수 있어요. 둘찌는 어젯밤 두 번이나 읽어 달라고 하고, 마지막엔 엄마에게 읽어주기도 했답니다. 그만큼 이 그림책을 즐기며 읽었어요.
2. 수박씨를 삼켰어!_ 이 그림책은 미국 어린이 도서관 협회에서 글을 스스로 읽기 시작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최고의 책을 뽑아 수여하는 상인, ‘닥터 수스 상’을 수상한 책이예요. 그만큼 뛰어난 상상력과 예술성을 지닌 책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글밥도 많지 않고 쉽게 읽혀, 글을 스스로 읽기 시작하는 어린이들이 읽기에 정말 좋아요.
이 그림책에는 수박을 진짜 좋아하는 악어가 씨를 삼키고나서 하게 되는 귀여운 걱정거리들을 담고 있는데,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 걱정하고 상상해 본 것들이라 그런지, 둘찌도 주인공에게 공감하며 잘 읽는 것 같습니다.
*그림책에서 의성어, 의태어를 느껴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
초등학교에서 초기 문해력 개별화 수업으로 만나는 1학년 아이들 특징 중 하나가, 스스로 소리 내어 읽을 때 의성어와 의태어를 정말 어려워 한다는 것입니다.
의아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이 것은 대부분의 어른들이 영어 책을 읽을 때, 오히려 신문 기사나 비문학 지문은 쉽게 읽으면서 그림책 속 의성어, 의태어를 읽는 데 해독이 오래 걸리고 느낌이 잘 오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겠죠?
우리는 그림책에서 그림을 보기도 하고 상황 맥락을 추측하며 ‘글자’를 읽어 나갈 때, 그림책 읽기를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읽음으로써 해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이해까지 제대로 해 나갈 수 있죠.
글자를 제대로 읽을 수 없을 때에도 이미 형성된 자신의 배경 지식에서 찾거나 그림책 속 상황을 생각하며 관련된 어휘를 떠올려, 쓰여진 ‘글자’에 맞는지 대입을 해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스스로 읽기를 잘 하고 있는 지 자연스럽게 모니터링 함으로써, 오류가 생겼을 때는 그것을 알아채고 스스로 수정을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일단 아이들이 그림책 속 이야기를 ‘들어 본’ 경험이 많아야 합니다. 하루 아침에 이런 배경지식과 의미 이해, 언어에 대한 소리와 통사적 감각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어젯밤 둘찌에게 읽어 준 두 권의 그림책은 특히, 의성어, 의태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번역본이라고 할 지라도 번역가가 상황에 맞는 우리나라의 의성어와 의태어를 넣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런 것들을 들으며 언어에 대한 감각과 비유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을 '들어' 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글자를 익히는 것을 특히 어려워 하게 됩니다. 의성어, 의태어를 포함한 다양한 어휘들은 일상 생활보다 책에서 훨씬 많이 쓰이기 때문에, 그것을 들어 본 경험이 많이 없다면 자신이 사용하기도 어렵게 되지요. 그리고 그런 의미들이 뇌 속에 저장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의성어, 의태어를 읽어도 외국어를 읽는 것 같이 이해가 되지 않는 낯선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의성어, 의태어를 그림책에서 많이 접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성어, 의태어가 듬뿍 담긴 그림책을 읽어주실 때는 더욱 감정을 살려 실감나게 읽어주세요. 아이들이 의미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소리 자체의 감각과 리듬을 느끼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