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보이는 임산부는 평소보다 많이 먹고, 살이 오르고, 배가 많이 나온 모습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나도 그럴 거라 생각했지만 크나큰 착각이었다. 입덧으로 임신 시작과 함께 살이 5킬로가 빠졌다. 겪을 수 있는 모든 입덧을 다 겪었다.
첫 임신과는 달리 이번에는 입덧도 빨리 느꼈고, 무척 강했다. 6주 차부터 느꼈던 입덧은, 처음에는 이게 입덧이 맞나 싶었지만 그 상태가 계속 유지되기에 입덧인걸 알았다. 계속 토할 것 같은 느낌이 유지되었고, 차멀미를 하는 듯한 울렁거림이 어떻게 해도 나아지지 않았다. 공복이거나 밥을 먹어도 그 느낌은 없어지지 않았다. 고기와 젤리를 좋아했는데, 임신 초기에는 아예 음식 자체를 못 먹었다. 입덧 사탕도 먹기 힘들었고, 먹고 싶은 음식도 한정적이었다. 하루에 한 끼를 먹기도 힘들어서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면 깎아주는 복숭아를 먹고 버텼다. 그것도 침대에서 누워서 먹었고, 한 조각 이상 먹지 못했다. 다행히 태아는 필요한 영양분을 알아서 섭취하기 때문에 잘 자랐다.
공복 덧, 체덧은 기본이었고 양치 덧에 모든 냄새가 강하게 느껴져서 사용하던 샴푸, 바디워시 모두 냄새가 너무 역해서 씻을 때마다 너무 힘들어서 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바꿨다. 목욕을 하고 나오면 입덧이 너무 심해서 씻고 30분 정도 누워있다가 일어났다. 심지어 100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 강아지의 체취도 느껴져서 산책하다가 강아지가 보이면 거리를 두고 걸었다.
출근을 해야 하는데 버스를 타면 정류장마다 멈출 때 너무 토할 것 같아서 임신 초기부터 계속 택시만 탔다. 서울시에서 교통비를 지원해 줘서 너무 다행이었다. 회사에 출근해서도 울렁거리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아서 잠깐 앉아있다가 바로 집으로 온 적도 있었다. 재택이 가능한 회사라서 재택근무를 많이 했다. 집에서 일할 때는 앉아 있다가 눕다가 일하고, 밤에도 일을 하면서 업무를 진행했다.
입덧약을 최대한 늦게 복용하고 싶었지만,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입덧이 심했기 때문에 일찍 처방받아서 먹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