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집도 잘 보이고, 심장 소리를 들은 8주 차가 넘어가면 슬슬 태명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첫 임신 때는 아기집이 보이자마자 건강하게 자라라고 '인간 자체가 강함'의 뜻으로 '인자강'으로 남편이 지어줬다. 하지만 너무 빨리 떠나보냈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태명을 만들자고 제안해도 선뜻 의견을 내지 못하였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남편 역시 첫 유산이 맘에 걸렸던 것 같아서 조금 속상했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태명을 만들기로 했다.
입덧 약을 먹어도 그 효과가 오래가지 않았다. 밥을 먹긴 했지만 여전히 많이 먹지 못해서 살이 더 빠졌다. 가끔가다가 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들이 먹고 싶어졌다. 해외에서 오래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때 먹었던 과자, 음식들이 너무 먹고 싶었다. 치토스 치즈맛, 미국식 중국요리, 인도네시아 라면, 멕시칸 음식, 쌀국수 등 한국 음식보다는 다른 나라의 음식이 당겼다. 심지어 치토스 치즈맛은 하루에 2 봉지 이상 먹을 정도로 유독 잘 먹었다. 한국에서도 해외 과자들을 구할 수 있는 것에 감사했다.
여전히 씻으면 체력이 떨어졌기에 씻는 것을 최소화했고, 잠을 많이 자면서 체력을 비축했다. 입덧약은 나름 효과가 있었지만, 드라마틱하게 좋아지진 않았다. 그래도 입덧이 심할 때면 아기가 잘 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맘이 편했다. 아기의 태명은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남편과 같은 용띠 해에 태어날 아기라서 '주니어 드래건'으로 '쥬래곤'으로 지었다. 이 태명이 병원과 조리원에서도 계속 불린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그래서 게임 닉네임 같은 태명을 말할 때마다 조금 민망했다.
11주 차부터는 분만 병원에서 초음파를 동영상으로 남겨줬고, 이때부터는 인간 같은 모습을 갖고 있어서 신기했다. 목투명대 둘레, 코뼈 등 중요한 검사들도 잘 넘겨서 한시름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