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번째.
겁나지 않아, 발이 닿지 않지만 전혀
그렇게 네 안에서 영원히 떠다녀야지
꿀 같은 사루비아 바람이 불던 어떤 날에
유유자적 뒤엉켜 흐르던 우린 달빛과 마주쳤고
캄캄한 하늘,
제 빛이 아닌 걸 뿜는 달 아래에서
우린 한낮의 태양빛에 부서져
까만 밤 달의 한 조각이 되지
겁나지 않아, 발이 닿지 않지만 전혀
그렇게 네 안에서 영원히 떠다녀야지
얼얼한 산초 바람이 불던 어떤 날에
바람에 휩쓸린 우린 달그림자 등지고 길을 잃었고
캄캄한 하늘,
거짓된 달빛 그마저도 놓쳐버렸지만
하염없이 헤매는 너의 길에
난 하나의 의심도 보태지 않지
넌 투명하고 나도 투명하지
달빛 아니 태양빛은 네가 받은 걸까, 내가 받은 걸까
빛의 조각으로 태어난 것은 너일까, 나일까
달콤한 바람에 난 재채기에 우린 넘실대고
얼얼한 바람에 난 상처에 우린 모른 척하고
아무리 베여도 모나지 않아
아무리 베여도 치유는 시간의 약속
우린 빈틈없이 닿아있어 누가 누군지 모를 정도로
네가 흐르면 나도 흐르고 네가 쉴 때면 나도 잠시 숨 고를 거야
우린 어디론가 가고 있지만 난 그곳이 어딘지 알 수 없지
그냥 그렇게 가자
그냥 그렇게 같이 가자
커버이미지 출처 : 사진: Unsplash의Mathieu Turle
*발이 닿지 않으면 공포를 느끼는 사람....
하다못해 조금만 높은 의자에 앉아도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