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맨발의 노숙자

오늘 나는 개미만도, 한 여름의 똥파리나 초파리만도 못한 인간이다.

by 문인선
KakaoTalk_20170410_220131081.jpg 아침 출근길, 맨발의 노숙자 20170410


오늘 아침 출근길에 맨발의 노숙자를 만났다.

쓰레기통 주변을 서성거리는 그의 움직임이 멀리서 보았을 때부터 조심스러워 보였다.

그는 인도 위의 아스팔트 벽돌 위에서 조심조심 걸음을 걸었다.

아직 차가운 바닥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냥 걸었다.

머릿속으로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리고는 10분만 지체하여도 줄이 길어지는 회사의 엘리베이터를 생각했다.


나는 지나갔다.

그리고 나의 용기 없음에 대하여 나 스스로를 하찮아했다.

난 이것 밖에 안 되는 인간이다.

늘 정의로운 척, 사회의 정의실현에 관심 있는 척 하면서도 정작 실행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면 이렇게 방관하고 무심해져 버리는 이까짓 인간이다.


그까짓 엘리베이터 줄이 길어지면 뭐가 어때서,

계단으로 12층을 올라가는 것이 뭐가 어때서.


출근 후, 회사 컴퓨터를 켜고 부터는 감상이 사라졌다.

또 회사 안에서만 복닥거리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마주했다.

한 두 시간의 야근이 지나갔고, 해가 진 꺼뭇한 건물 밖 거리로 나왔다.


돌아가는 퇴근길,

아침에 노숙자를 마주한 지점에서 다시 생각이 났다.

신발을 구했을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지 생각했다.


편의점에 삼선 슬리퍼를 파는지, 혹은 화장실 슬리퍼를 파는지 확인하고 사다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집에 도로 들러서 남편이 구겨 신고 다니는 크록스 신발을 가져다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가방 속 동전지갑에 구겨 넣은 현금이라도 쥐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 현금. 그것은 정말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맨발로 아침 도로를 걷는 그 사람 앞에서, 지체하면 길어지는 회사 엘리베이터 줄을 생각하다니.

나는 아무래도 오늘 정말 너무했다.

오늘 나는 개미만도, 한 여름의 똥파리나 초파리만도 못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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