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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필 무렵 1화

개구리를 닮은 아이

by 책방별곡 Mar 12. 2025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그녀는 결혼 후 일 년이 넘게 아이가 들어서지 않았다. 장남과 결혼해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압박감, 깐깐한 시어머니의 시집살이는 원래도 말랐던 그녀의 몸을 앙상한 겨울나무처럼 마르게 했다.


점점 말라가도 이십 대 초반 어린 여자이기에 결혼 후 삼 년째 되던 해 드디어 아이가 들어섰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어른들이 원하던 고추 달린 사내아이는 아니었지만.


임신 3개월이 지나면 입덧이 끝날 줄 알았다. 뱃속에 아가가 자라서 꼬물거려도 여자는 먹을 수 없고 모든 것을 게워냈다. 몸무게는 임신 전보다 더 줄어들었고 설거지를 하다가도 눈앞이 어지러워 휘청대기 일쑤였다. 팔에 꽂은 수액 바늘을 통해 들어오는 희멀건 액체의 맛은 달달할까? 아니면 쓰디쓸까? 아가가 걱정이 되어도 도저히 음식물을 삼킬 수 없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고향에서 늘 볼 수 있었던 흰 눈 대신 비린내 나는 바닷바람이 휘몰아치는 겨울이 지나갔다.

온 세상이 옅은 분홍빛으로 물드는 4월의 어느 날, 뱃속에서 액체만 마셔서

머리만 커다랗고 팔, 다리가 가느다란 개구리를 닮은 아이가 열여섯 시간의 진통 끝에 그녀와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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