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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간장 미역국
아홉 달 동안 먹은 게 없어서 젖이 돌지 않는다. 시댁 식구들은 아기가 포동포동하지 않다며 한 마디씩 거들었다. 여자는 그 말이 거슬렸고 과감히 모유 수유를 포기했다. 소 젖을 탄 젖병을 입에 물렸다.
까맣고 개구리를 닮았던 아이는 그것을 먹고 뽀얗게 살이 올라왔다. 젖을 물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아이의 생일마다 미역국과 찰밥을 먹이며 기도했다. 그 기도를 먹고 자라 여인이 된 아이는 새로운 가정을 꾸려 여자의 품을 떠났다.
시간은 흐르고 일 년쯤 됐을 때 딸이 울면서 전화를 했다. 사위의 생일이라 시댁 어른들을 초대하고 생일상을 차렸단다. 하루 종일 고군분투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끓인 미역국이 울음의 이유였다.
말을 거르는 거 없이 내뱉는 사돈어른은 미역국을 한 술 뜨더니 표정이 안 좋아졌다. 곧장 맞는 말이지만 기분 나쁘게 들리는 잔소리를 시작했다.
미역국엔 마늘을 넣는 게 아니다, 마트에서 파는 잘라놓은 미역을 쓰면 너희 남편 수명이 짧아진다, 양조간장으로 간을 맞춘 사람은 살면서 처음 봤다 등등.
시어머니 말에 한 마디 대꾸도 못 하고 얼굴이 빨개진 채 모멸감이 들었다는 딸아이의 울먹임에 안쓰러움과 짜증이 확 밀려온다.
"그러게 국 끓이기 전에 엄마한테 전화해서 좀 물어보고 만들지 그랬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