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선물에 대한모녀의 입장 차이.
(언니) "너 영양제 필요해?"
다짜고짜 영양제가 필요하냐고 묻는 언니였다.
언니는 지인 찬스로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으니 같이 사자고 했고, 나는 그 말에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언니) "엄마 것도 영양제 구입했어. 어버이날 선물로 드리려고."
"엄마 꺼? 엄마는 영양제 안 좋아할 거 같은데. 엄마는 돈 좋아하잖아. 아마 돈으로 달라고 할 걸?"
(언니) "아, 몰라~ 이미 구입했어. 그냥 줄 거야."
"뭐 알아서 하던지. 근데 엄마가 엄청 싫어하겠다. 크큭."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영양제를 구입하는 언니, 심지어 그 영양제를 엄마에게 선물한다는 언니.
엄마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졌다.
수요일 아침, 둘째 아이 등원을 마치고, 모처럼 친정엄마를 만나러 갔다.
엄마는 아침부터 들뜬 목소리로 어젯밤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엄마) 어젯밤에 네 언니가 저녁에 퇴근하고 오더니 나한테 뭘 먹어보라고 뭘 주는 거야
그래서 입에 탁 넣었지.
"엄마 그거 어버이날 선물이야." 하길래....
뭐야~~ 퉤퉤퉤퉤. 안 먹어. 나 이거 싫어. 돈으로 줘. 했지.
그랬더니 니 언니가 내 말을 뭐 듣기나 하냐.
"몰라. 이미 먹은 건 반품도 안돼. 그냥 받아."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싫어! 안 먹어! 난 돈이 좋아. 돈으로 줘!!" 했지.
그랬더니 니 언니가 "몰라. 그냥 받아~ 이미 먹었잖아." 하는 거야.
그렇다고 내가 질 사람이냐? "싫어~ 나 이거 안 먹을래~안 받아~!" 했지.
엄마 말만 듣고도 어젯밤 일이 눈 앞에 환하게 그려졌다.
모처럼 구입한 영양제로 모녀가 신나게 투닥거리는 모습에 형부는 소파에서 배꼽을 잡고 웃었다고 했다.
딱 엄마다웠고, 딱 언니다웠다.
선물은 주는 사람 마음이라는 언니와 선물은 받고 싶은 사람이 원하는 걸 줘야 한다는 엄마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엄마) "내가 누구야. 안 먹는다고 끝까지 우겼지."
"그래서?"
(엄마) "난 어버이날 돈으로 받고, 어제 그 영양제는 너희 아빠 주기로 했어. 내가 누구야~"
엄마는 언니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에 대해 정말로 신이 나신 듯 보였다.
"그래 뭐. 엄마는 돈 받아서 좋고, 아빠는 영양제도 잘 받으실 테구..."
뭐 이번에도 결국 엄마의 승리였다.
어버이날마다 고민되는 선물.
올해는 또 무엇을 살까 고민되는 시점이다.
대부분 정해진 금액대에서 살 수 있는 선물의 목록은 비슷하다.
시댁은 거의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정OO 홍삼이나 건강식품이나 안마기 종류,
친정은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현금'으로 통일 해왔다.
"엄마, 근데 선물을 주는 사람 생각해서 그냥 받으면 안돼?"
늘 선물을 주면 고맙다는 말보다는 선물을 평가하기 바쁜 엄마였다.
(엄마) "기왕 주는 거, 받는 사람이 원하는 거 주는 게 좋지 않니?"
"뭘 받고 싶은데?"
(엄마) 돈!
"아니, 돈 말고 다른 건 없어?"
(엄마) 돈 있으면 다 살 수 있는데, 뭐가 필요해.
"그래도 정 없게.... 선물 사는 사람도 사고 싶어서, 혹은 주고 싶어서 주는 건데 그냥 받아주지."
(엄마) 나한테 어울리지도 않는 걸 사주니깐 그렇지. 내가 마음에 들면 당연히 좋지만, 내 마음에 드는 선물을 사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고
"그래도 그냥 받았으면 좋겠구먼."
(엄마) 난 싫어~ 싫은 건 공짜로 줘도 싫어
"공짜로 주면 할 거면서."
(엄마) 난 내 스타일 아니면 안 할 거거든?
어쩔 땐 좋다. 고민하지 않고,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돈을 선물하면 되니깐
'어설픈 거 살 거면 돈으로 주거라'
완전 쿨한 엄마와 소심한 딸들은 엄마와의 전쟁에서 오늘도 패배다.
엄마가 좋아하는 건 돈,
나도 생일 선물에 받으면 가장 좋은 건 '돈'이다.
원하는 걸 사면 되니깐.
예전엔 정성이 담기거나 의미 있는 선물이 좋았다.
항상 차고 다니는 액세서리, 목을 보호하는 목도리, 이름이 새겨진 물건,
여행지에서 사 온 것들, 정성이 담긴 편지들...
선물은 주는 사람 마음일까?
받는 사람이 원하는 걸 주는 게 좋을까?
평소에 나는 내가 주고 싶은 선물을 준다.
하지만 받을 땐 나도 원하는 선물을 받고 싶다.
그런데 딱히 원하는 것이 없다.
그리고 챙겨주는 것도 고마운 일이니
대부분 그냥 주는 대로 받는 편이다.
어릴 적엔 원하는 것을 꼭 집어서 얘기하는 엄마가 불편했는데
나이가 들어보니 원하는 걸 꼭 집어서 얘기해주니 오히려 편해졌다.
언니와 나는 심심할 때마다 노래를 부른다.
우리가 종종 재미로 부르는 노래는 God의 어머님께...
"어머니는 여행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니는 돈으로 달라고 하셨어~"
(여행가자면 여행 싫다~ 여행갈 돈 있으면 돈으로 줘라~)
"어머니는 선물을 싫다고 하셨어. 어머니는 현금만 좋다고 하셨어~
(받고 싶은 선물 있어? 물으면 현금이 제일이지~하시는 엄마)
야이야이야~ 그렇게 외면받고~ 그렇게 욕만 먹고~ 눈물만 흘리고~"
우리 자매는 지오디의 어머니를 그렇게 개사해서 부르면서 킥킥댄다.
'엄마를 누가 말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