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퍼런서 살롱] 박지영 모빌리티 스타트업 채용담당자
창고살롱 시즌2 마지막 레퍼런서 살롱은 '9번의 이직과 1번의 창업'을 경험한 레퍼런서 박지영님이었어요. 위트와 통찰력 있는 대화로 창고살롱 레퍼런서 멤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매력 부자' 지영님.
이날 레퍼런서 살롱에서는 잦은 이직을 한 이유, 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 등을 한 땀 한 땀 정리해 얘기해 주셨는데요. 제목만큼이나 길고 복잡한 서사였지만 다양한 일 경험을 바탕으로 커리어 방황기에 있는 분들,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공감, 위로되는 이야기를 나눠주셨어요.
특히, 다양한 스펙트럼과 다재다능한 면모를 지닌 지영님은 모순이라 느껴지기도 하는 내 안의 다양성을 긍정하기까지 과정도 진솔하게 나눠주었는데요. 수많은 경험과 여러 스펙트럼을 두루 갖춘 지영님의 이야기에 역대급으로 많은 피드백과 공감을 받기도 했어요.
이날 레퍼런서 살롱 첫 발표 화면은 지영님이 지금까지 지나온 여정을 정리한 이미지였어요. 길고 복잡한 여정이었지만 "이게 다가 아니"라는 말에 모두 놀랐는데요. '경험만랩' 지영님의 통찰력이 이해되는 순간이기도 했어요.
이어 지영님은 왜 자신이 9번이나 이직하고 창업까지 하게 됐는지 설명했는데요. 지영님을 이직하게 만든 요인 6가지는 자율성, 인정욕구, 실행욕, 돌봄, 진정성, 호기심이었어요. 이 요인 6가지는 따로 또 같이 작용하며 지영님을 이직이나 창업으로 이끌었는데요.
문서 서체와 여백까지 정해져 있던 '안온한 지옥' 공공기관에서 '자율성'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처음으로 큰맘 먹고 퇴사를 했어요. 인정욕구와 실행욕, 호기심이 발동해 스카웃 제의를 받으면 평소 없던 관심이 증폭돼 이직을 하기도 했는데요. "똥인지, 된장인지 모를 때 일단 먹어보자는 실행력, 똥인지 알면서도 그 맛이 궁금해서 한번 먹어볼까 싶은 호기심"은 지영님만의 강점으로 보였죠.
사기와 사업 사이에서 영혼이 망가질 것 같아 이직했던 경험도 나눴어요. 나에게도, 남에게도 거짓말 하는 상황이 괴로워 '진정성'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기도 했어요.
6가지 욕구가 동시에 작용한 사건이 바로 1번의 창업이었어요. 결혼과 출산 이후 1년 정도 독박육아를 하면서 경력이 끊길까 조바심이 머리끝까지 치달았을 때, 창업한다는 전 직장 동료들의 말에 무조건 뛰어들었던 거죠. 선 아이디어, 후 창업이 아니라 선 창업, 후 아이디어 탐색이라 처음부터 쉽지 않았어요. 잘 알지 못했던 식품제조가공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상황은 계속 나빠졌죠.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야 했던 제품, 집에서 작업장까지 왕복 4시간, 들쭉날쭉 가늠이 안 되는 매출... '힘들다'는 토로에 '하지 마, 누가 하랬어?'라고 답하는 남편과의 관계도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결국 치를 떨었던 '안온한 지옥' 공공기관으로 다시 돌아가요. 이후 이런 요인들에 따라 여러곳으로 직장을 옮겨가며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무수히 이직하고 창업도 해보면서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요. 지영님은 이 시간을 회고하며 알게 된 것 5가지를 정리했어요.
1. 해상도 높은 나
지영님은 다양한 일 경험을 통해 나에 대한 해상도를 점점 높여왔어요. 이날은 두 가지를 얘기했는데요. 자신이 비조직형 인간이라는 것과 초기 스타트업의 일당백 전문가라는 거였죠.
HR 담당자로서 면담하는 모든 구성원의 입장에 감정 이입하고, 그들의 고충에 아무런 조치가 되지 않는 상황을 불편해하는 지영님. 이런 지영님을 두고 배우자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모든 이슈를 해결하려고 오지랖 떠는 '캡틴 아메리카' 같다고 했다는데요. 혼란을 겪던 지영님은 '비조직형 인간'인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한 책의 한 구절을 소개했어요.
“나는 그 특별한 경험을 여유 있게 관조하는 작가적 성격을 못된다. 언제든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감정의 동요가 크기에, 그렇기에 나는 회사 생활 부적격자라고 느껴진다.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윗사람이 괴롭혀서가 아니라, 항상 핑계처럼 말하고 다니는 조직문화 때문이 아니라, 감정이입이 빠르고 사건과 사람들의 파도를 철썩철썩 맞아 쉽게 깎이는 절벽 같은 나야말로 회사에 적합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천상 직장인은 회사 일에 감정이입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 <공채형 인간> 사과집
또 '전문성이 없어 계속 이직을 하나'라는 생각에 고민하다 스타트업 초기 멤버로서 적임자인 전문성을 발견하며 나만의 전문성을 정의하기도 했는데요. 지영님에겐 스타트업 초기 필요한 일당백, 디자인과 개발처럼 뾰죡하진 않지만 나머지를 두루두루 커버하는 기능이 있었어요.
2. 내가 정의한 '일잘러'
전문성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대체 일을 잘 한다는 게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어요. 내가 초기 스타트업에 맞는 사람이라면 이런 조직과 상황에서 '일잘러'란 무엇인지 스스로 정의 내릴 필요가 있었죠.
"스타트업은 정답이 없고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 문제를 같이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모인 거니까요. 이런 분야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 못하는 것들을 최대한 정확하게 파악해서 빠르게 공유하는 게 일을 잘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대안을 같이 찾을 수 있는 것, 그런 환경을 조성해 주는 사람이요. 또 일이라는 게 다 사람 관계잖아요. 일을 세분화하면 8할은 커뮤니케이션일 거예요. 그래서 같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을 품게 하는 사람이 진짜 일을 잘 하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결국 '메타인지가 뛰어나면서 소통이 잘 되는 사람'이 일잘러라고 생각해요."
3. 내 인생에 너무 많은 손님을 초청하지 말 것
지영님의 인생에 가장 큰 손님 두 분은 엄마와 배우자였어요.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완벽주의를 추구하고, 변화를 리스크로 여기는 성향이 비슷했어요. '비조직형 인간' 지영님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 곁에서 계속 영향을 받으며 회사를 다녔는데요. 이직을 수없이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또 창고살롱에도 참여하다 보니 꼭 회사가 아니더라도 일의 형태가 다양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9번 이직을 하니까 이제 지치고 피곤해요. 제 생긴 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고요. 이젠 스스로 정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을 정의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서 겪을 모든 다양한 것에 대해서 이제는 남을 참고를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 인생의 손님들 이제 좀 꺼져라. 이런 마음이 들어요."
4. 뇌를 끄는 방법
이어 스스로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안목을 만들기 위해 뇌를 꺼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중요한 일은 바쁜데 더 바쁘게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적당하게 쉼표를 찍어줘야 해결된다"면서요. 예전의 지영님은 밥과 잠을 줄이고 다음날의 에너지도 끌어와 데드라인까지 몰아치듯 과몰입해 일해왔는데요. 더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기도 했죠.
"중대한 고민, 결정 같은 걸 하려면 더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덜 해야 하는데요. 덜 하려는 안목이 있으려면 진짜 뇌를 꺼야 해요. 너무 바쁘고 정신없으면 내가 뭘 해야 되고, 뭘 안 해야 되는지 안목이 생길 틈이 없어지더라고요. 이젠 한 템포 쉬면서 신중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5. 그래도 괜찮다는 감각
마지막 '그래도 괜찮다는 감각'은 가장 강력하게 지영님에게 남은 것이었어요. 예전에는 완벽해 보이고 싶었던 인정욕구 때문에 하나를 실수하면 모든 걸 망칠 거라는 두려움이 디폴트였던 지영님. 그래서 늘 조급하고 불안했는데요. 수많은 경험을 통해 지금은 달라졌다고 해요.
"이젠 너무 피곤한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초창기에 다 오픈해버려요. '이 정도 했어요'라고 중간에 다 오픈하고 계속 빠르게 피드백 들으면서 수정하고, 수정하고, 수정하는 게 처음부터 완벽하려고 노력해서 '짜잔'하는 것보다 더 쉽다는 걸 이제 좀 알게 됐어요. 예전에는 실수나 찌질한 모습이 계속 맴돌았는데요. 지금은 그게 시작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찌질한 시점이 시작인 거고 '수정하고, 수정하고, 고치고, 고치면 되지 않을까'라는 감각이 생겼어요. 제 상태가 안 좋을 때는 또 옛날 모습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이젠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이런 발표를 하고 있는 걸 수도 있어요"
지영님은 이날 살롱을 시작하며 자신이 나눌 얘기가 "'이래라, 저래라'하는 내비게이션보다는 100미터 앞 '안내판'"이라고 강조했는데요. "특정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경험담이나 효율적인 길을 알려주는 얘기가 아니"라며 "조금 더 고민한 입장에서 위안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요. 그리고 이날 살롱은 정말로 멤버들에게 큰 위안이 된 시간이었어요.
"언젠가 저의 얕고 넓은 경험들이 빛을 발하는 날이 오겠다는 희망을 안게 되는 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틀렸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조였던 상황에서 잠시나마 벗어난 것 같아 아주 홀가분하고 해소되는 느낌이었어요. 나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음에 안심하기도 했고요!" - 레퍼런서 가현님
"저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버전이시긴 하지만 너무 제 도플갱어 같아요. 내가 혼자가 아니었구나. 나만 이렇게 정신없이 사는 게 아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너무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어요. 엄청 큰 영감이 된 거 같아요." - 레퍼런서 윤승님
레퍼런서 멤버들의 공감에 지영님은 "되려 제가 큰 위안을 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 '수많은 나'가 모이니까 기분이 좋다"고 했어요. "'난 이상하지 않다'고 합리화하며 발표했지만 스스로 100% 수긍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했다"면서요. 이날 레퍼런서 살롱은 지영님이 "취약점이라고 생각했던 잦은 이직 경험이 나의 뾰족한 또 다른 개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스스로 허락하는 자리"이기도 했거든요.
살롱이 끝난 후에도 창고살롱 슬랙에 남겨진 수많은 살롱 후기를 확인한 지영님은 "제가 외딴섬에 사는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따뜻하게 알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기도 했어요.
언젠가는 작가로 불리고 싶다는 지영님의 별명은 '박작가'예요. 9번의 이직과 1번의 창업을 이어오면서도 꾸준히 해온 것은 그림과 글쓰기였는데요. 이날 레퍼런서 살롱을 들은 멤버들은 지영님의 무수한 경험이 훗날 지영님의 창작물에 모두 녹아있을 것 같다며 기대했어요.
"지영님은 삶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자극들을 하나하나 다 유의미하게 받아들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유가 뭘까 궁금했는데요. 마지막에 창작물을 만들고 싶다고 얘기하신 것을 보니 창작에 필요한 소재를 수집하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 레퍼런서 은애님
그리고 그 창작물을 만날 기회가 바로 이어지는데요. 지영님은 6월 28일부터 7월 11일까지(10시~18시) 밀양 캠프 프레이저스에서 열리는 ‘슬기로운 작품생활' 전시회에 참여할 예정이에요.
복잡다난한 서사를 자신만의 맥락으로 정리하고 꿰어 풀어낸 지영님. 혼돈과 모순을 지나 긍정과 자기 확신을 통해 레퍼런서 멤버들에게 위로와 용기, 영감을 전해줬어요.
"이렇게 해보니까 좋아요. 이렇게만 하세요"라는 단순하고 명쾌한 답 아닌 길고 복잡한 서사이지만, 맥락이 있는 이야기 곳곳에서 나만의 레퍼런스를 찾을 수 있는 창고살롱의 감동을 진하게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레퍼런서 지영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pdemdo10
세 번의 레퍼런서 살롱을 포함해 여러 살롱을 마치고 창고살롱 시즌2는 마무리 되었어요. 시즌3는 9월에 모집, 10월에 시작해요.
지속가능한 일과 삶을 위해 더 많은, 더 나은 레퍼런스가 필요한 여성들이 있다면 창고살롱 시즌3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가을에 다시 만나요!
정리∙편집 : 창고살롱지기 인성
창고살롱 시즌2 레퍼런서 살롱 후기
창고살롱 시즌1 레퍼런서 살롱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