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퍼런서 살롱] 13년 차 직장인, 데이터 분석가 박찬이 레퍼런서
창고살롱 시즌3 첫 번째 레퍼런서 살롱이 열렸어요. 레퍼런서 박찬이님이 '필요한 건 모두 내 안에 있어 - 나를 살린 아주 작은 습관들'이라는 주제로 얘기 나눠 주셨죠.
13년 차 직장인이자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고 있는 찬이님은 일도, 육아도 100점으로 해내기 위해 잠도 아껴가며 열심히 살았는데요. 어느 날부터 참을 수 없는 가려움증에 시달렸고 아토피로 몸도, 마음도 힘들어졌어요.
점점 나빠지는 증상에 "왜 나만 이럴까?" 자책하다 이유를 알고 싶어 공부와 독서를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나를 살리는 방법의 여러 단서를 알게 됐어요. 단서를 통해 작은 습관들을 만들고 실천하며 건강한 삶을 되찾았죠. 이날 레퍼런서 살롱에서 찬이님은 나를 살리기 위한 아주 작은 습관을 만들고 실천했던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했어요.
찬이님은 창고살롱 시즌2 '나를 지키는 내 시간 만드는 법' 서사 공유 소모임 살롱에서 이런 경험을 먼저 나눴는데요. 레퍼런서 멤버들의 큰 공감을 받아 시즌3 레퍼런서 살롱에서 풀스토리를 나눴어요.
항상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살았던 찬이님은 엄마가 되어서도 일과 육아 모두 100점이고 싶었어요. 주중엔 육아를 혼자 도맡아 하면서도 아이에게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엄마표' 교육과 놀이까지 고민했죠. 일에도 열심히였던 찬이님은 승진도 하고, 좋은 시기에 원하는 조건으로 이직도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부터 참을 수 없는 가려움증이 찬이님을 괴롭히기 시작했어요. 가려운 부위가 점점 늘어나고 증상도 심해져 목, 손 등의 피부가 벗겨지고 진물이 나기까지 했는데요. 발병 원인이 확실히 알려지지 않은 아토피였죠.
증상은 날로 심해졌지만 "네가 안 긁으면 되잖아" 쉽게 말하는 주변 사람들, 다른 사람들도 힘들 텐데 '왜 나만 이러지?'라는 자책, 그저 하라는 대로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찾아온 고통에 억울함과 괴로움이 밀려왔어요.
"일에서도 100점, 엄마에서도 100점이고 싶었지만 그 기준을 몰랐어요. 내가 원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기준을 먼저 생각하고 다 다른 기준을 맞추려고 했던 것 같아요. 아이에게도 돈을 써서 잘해주고 싶다가도, 돈 쓰면 안 되겠다 싶기도 하고.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고... 서로 모순적인 것들이 제 안에서 짬뽕이 돼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이 된 거죠."
병원에서는 찬이님에게 묻지 않았어요. 그저 '성인 아토피'를 진단하고 스테로이드를 처방해 줄 뿐이었죠. 약을 바르고, 먹으면 금방 좋아졌지만 그때뿐이었어요. 내성이 생겨 오히려 더 나빠졌죠. 그때 찬이님은 결심했어요. 양약이든 한약이든, 밖에서 답을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방법을 찾기로요.
약으로 그때그때 증상을 완화하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던 찬이님은 먹는 게 문제일까 싶어서 영양학 전공 학생이 진행하는 스터디에 참여하기 시작했어요. 수업을 들으며 지금 나에게 필요한 음식, 지금의 나에게 맞지 않는 음식 등을 알게 됐죠. 공부를 통해 곧바로 뭔가를 해결할 순 없었지만 문제의 원인을 깨닫고 나니 느리지만 하나씩 바꿔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어요.
식습관을 개선하며 아토피 증상이 나아지는 걸 느낀 찬이님은 나에게 필요한 걸 알기 위한 공부, '생존 독서'를 이어갔어요. 배고플 때 음식이 당기듯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죠. 건강 회복을 위한 습관을 만들기 위해 관련 책을 많이 읽었는데요. 그중 가장 도움이 된 책으로 <Atomic Habits(아토믹 해빗)>을 꼽았어요.
"이 책은 '어제보다 오늘이 1%만 좋아지면 된다', '당신의 의지나 목표가 아니라 환경설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얘기해요. 보통 우리는 거대한 목표를 세우고 한 번만 실패해도 '난 망했어. 난 역시 안 돼. 의지박약이야'라고 스스로에게 쉽게 실망하잖아요. 이 책에서는 하루하루의 행동을 ‘투표’라고 말해요. 실패해도 한 번, 두 번 실천하는 행동이 내가 원하는 사람에 대한 투표라고요. 그러니 절대 완벽하려 하지 말고 계속 시작하고, 실패해도 또 그저 반복하라고 하는 말에 마음이 편해졌어요."
<Atomic Habits(아토믹 해빗)> 등 여러 책을 읽고 영감을 얻은 찬이님은 작게라도 조금씩 실천해 나가기로 했어요. 자책을 남기는 높은 기대보다는 스스로에게 너그러운 태도로 작은 실천을 이어나갔죠.
첫 번째는 운동이었어요. 의지에 기대지 않고 환경을 바꿔보기로 했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죠. 운동하는 방에 늘 요가 매트를 늘 깔아 두고, 노트북에도 요가 유튜브 영상을 항상 띄워두었어요. 출근 전 아침 시간이라 항상 완벽하게 할 수는 없었지만 5분이라도 하려 노력했고 5분밖에 못해도 스스로 "잘했다", "해냈다" 다독여주었어요.
"운동을 끝까지 못 해도 이 행동을 했다는 것 자체가 저를 기분 좋게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조금씩이라도 매일 움직이게 됐어요. 제가 몸을 움직이는 사람이 전혀 아니었거든요. 학창 시절엔 체육 성적도 좋지 않았고요. 움직이면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을 30대가 돼서야 처음 느꼈어요. 그걸 알게 되니까 주말에도 한 시간 산책, 동네 뒷산 등산도 하게 됐고요. 조금씩 움직이니 피부 상태도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아침부터 몸을 움직이자 자연스럽게 일찍부터 잠이 쏟아졌어요. "잠은 죽어서 잔다"고 생각했던 예전에는 자는 시간도 아까워 늦은 시간까지 일하거나 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데 밤 시간을 보냈는데요. 아침 운동을 시작한 후부터는 아이와 함께 일찍 자게 됐고 양질의 충분한 수면은 찬이님을 더 건강하게 만들었어요.
찬이님은 "지금도 가끔 자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지만 그럴 때마다 '자는 게 낫는 거다', '자는 게 남는 거다'라고 마음속으로 구호를 외친다"며 잠을 사수하려는 노력을 덧붙이기도 했어요.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잘 자니 찬이님의 건강은 한층 회복됐어요. 그때쯤 찬이님은 운명처럼(?) 창고살롱을 만났는데요. 특히 창고살롱에서 쏘냐님이 진행한 글쓰기 소모임 살롱을 통해 피부뿐만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까지 내적으로도 회복할 수 있었어요.
'창고살롱 공식 울보'이기도 한 찬이님은 "이전에는 잘 울지 않았는데 글을 쓰며 많이 울었다"고 해 모두 깜짝 놀라기도 했는데요. 과거를 돌아보고 글을 쓰면서, 비슷한 경험이 있는 다른 멤버들의 글을 보면서 울고 또 울었다고요. "꽁꽁 싸매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뒀던 감정이 터져 나오는 느낌이었다"며 한바탕 울고 나니 "마음이 시원해지고 가벼워졌다"고 해요.
식습관 개선, 운동, 잠 그리고 글쓰기까지. 꾸준한 작은 습관을 만들고 실천하며 내 몸과 마음을 점검한 찬이님은 이런 과정 끝에 그동안 간과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어요.
"내 감정을 내가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어요. 힘들면 힘든 걸 인정하지 않고 버리고만 싶었어요. 솔직하게 말하지 못 하고 계속 숨기려 했고요. 다른 사람들뿐만 아니라 내 스스로에게도 그랬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이건 이래서 안 돼, 저건 저래서 안 돼'라며 다른 사람 눈으로 판단해 안 되는 이유부터 찾았어요. 속으로 꽁꽁 싸매 놓으니 스트레스가 마음과 몸 안에 엄청나게 쌓였던 거죠."
작은 실천이 쌓여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 찬이님. '100점 강박'을 내려놓고 조금씩 시작하고 성취하는 습관을 들이니 하고 싶은 것에 쉽게 도전하게 됐어요.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저절로 생겼고요.
찬이님은 더 나아진 나를 발견하며 자책보다는 스스로를 긍정하는 태도도 갖게 됐어요. 돌아보니 피부도, 몸도, 마음도 좋아지기까지 필요한 걸 찾고, 실천한 건 바로 나 자신이었기 때문이죠.
"필요한 건 모두 내가 가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게 어려움과 두려움,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요. 또 아주 조금씩만 변해도 시간이 나를 도와준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시간은 노화만 가져온다고 생각했는데(웃음) 나를 좋아지게 도와줄 수도 있었어요. '나에게 필요한 건 모두 내가 가지고 있다'는 문장을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져요. 어려움 없이 다 잘 되는 게 아니라 내가 다시 헤쳐나갈 수 있다는 마음이 들어서 좋아요."
찬이님의 진솔한 경험담에 많은 레퍼런서 멤버들이 공감했는데요. 자신도 스트레스와 면역력 저하로 나타나는 증상을 겪었다며 앞다퉈 병자랑(ㅠㅠ)을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레퍼런서 은진님은 "다들 '반려병' 하나쯤은 가지고 사는구나 싶다"며 "영양제까지 추천하며 솔직하게 자신의 병을 털어놓으니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서로 위로를 주고받은 것 같다"고 했어요.
살롱이 끝난 후에도 할 얘기가 남았던 레퍼런서 멤버들은 창고살롱 시즌3 슬랙에 연달아 후기를 남기며 여운을 달랬는데요. 레퍼런서 두란님은 "우린 왜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는 걸 어려워할까"라며 묵직한 질문을 던졌어요. "엄살 부리지 말라는 사회, 아무리 아프다고 말해도 들어주지 않는 세상이니 일단 내 몸은 내가 챙겨야 겠다"고 덧붙이기도 했어요.
레퍼런서 지원님은 "나를 챙기기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찬이님에게 감사하다"고, 레퍼런서 주영님은 "안테나를 조금 더 자신에게 맞추고 마음과 몸을 보살펴야겠다"고 소감을 남겼어요.
발표를 마친 찬이님은 슬랙을 통해 "마음속에만 넣어두면 막상 실천이 어렵다"면서 "나를 위해 어떤 행동을,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하겠다고 최대한 자세하게 생각해 남겨달라"는 과제를 남겼어요.
'침실에 핸드폰 가지고 들어가지 않기', '점심 식사할 때 오롯이 식사에만 집중하기', '영양제와 물을 밤에 준비해 놓고 일어나자마자 먹기', '일어나면 그 자리에서 간단 스트레칭 하기' 등 다양한 다짐이 이어졌고요.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찬이님이 지켜보고 응원하기로 했어요.
시즌3 첫 레퍼런서 살롱이라 많이 긴장했던 찬이님. 살롱 전 다른 레퍼런서 멤버들이 슬랙에서 응원해 주는 모습이 훈훈하기도 했는데요. 살롱에서 레퍼런서 지안님은 현재 찬이님이 살고 있는 독일 이미지에 'Ich liebe dich(그대를 사랑해)' 응원 문구까지 넣은 줌 배경을 선보여 큰 웃음을 주었어요. 살롱 때마다 맞춤 줌 배경을 준비하시는 지안님의 진심도 정말 감사해요.
창고살롱 시즌3는 총 4번의 레퍼런서 살롱이 열려요. 이어 발행될 살롱지기 현진의 '쉴 줄 모르는 여자의 번아웃 관통기', 레퍼런서 송지희님의 '어느 90년대생의 슬기로운 백수생활', 레퍼런서 이윤승님의 '하버드 나온 전업주부입니다' 후기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레퍼런서 박찬이님 인스타그램
창고살롱 브런치 매거진
brunch.co.kr/magazine/changgosalon
창고살롱 인스타그램
창고살롱 카카오톡채널
Written by. 창고살롱지기 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