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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의 뜰 Oct 30. 2023

제가 선인장을 닮았대요

[가시의 힘]


볼일 있다며 주말에 남편이 서울에 올라왔어요. 

‘혼자라서 참 힘들다’ 여기며 버텨왔는데, 제가 깜빡 잊고 살았더라고요. 

저도 남편이 있다는 걸요. 

파주 헤이리마을에서 남편이 원하던 화분을 사고, 아주 잠깐 산책도 했어요

눈물이 났어요. 10월 햇살이 눈이 부시다 못해 마음까지 아팠어요.    



[파주 헤이리 마을 odoro 수제화분 공방에서]


[파주 헤이리 마을 산책하면서]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저를 보고 뜬금없이 그러는 거예요.

“요즘 너를 보면 꼭 선인장 같아. 뾰족하게 날이 서 있어”

순간, 저는 또 ‘욱’ 하는 마음이 올라왔어요. 

“너무하네. 오랜만에 만났는데, 고작 하는 말이 내가 못생긴 선인장 닮았다고. 가시가 많다고. 정말 내편은 하나 없고 남편만 있네” 하면서 토라졌지만 꼭 꼭 숨겨왔던 제 속내를 들킨 것 같았어요.

부모님 아프신 후부터 늘 예민하고 날카로웠어요. 누가 건드리기만 하면 폭발할 같았었요.

볼일을 마치고 남편은 바로 시골 고창으로 내려갔어요.           


저는 삐져서 잘 도착했냐는 전화도 안 하고 자려고 누워있는데 남편에게 문자가 왔어요 

‘선인장은 처음 꽃을 피우는 데 몇 년이나 걸리는데, 그때가 바로 죽을 만큼 힘들다고 느낄 때라는 거야.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죽기 살기로 꽃을 피우는 게 선인장이래.’ 

낮에 한 말이 마음에 씌었는지 평소 남편답지 않은 글이었어요.  




선인장은 물 한 방울 머금지 못해도 몇 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답니다. 

낮에는 40도가 넘어가는 뜨겁고 메마른 곳, 밤이 되면 영하로 떨어지기도 하는 사막의 극한 기후를 버티면서 꽃을 피운다고 해요. 

‘달빛선인장’은 꽃이 1년에 딱 하루, 그것도 밤에 몇 시간만 피고 진다니, 죽을 각오로 꽃을 피운다는 말이 꼭 선인장을 두고 하는 말이었더라고요. 


       



그대는 식물로 비유를 했을 때 무엇을 닮았을까요? 제가 식물은 잘 몰라서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요.

내가 아는 그대는 분명 '도전과 용기'  '건강한 열심' 이런 내면을 지닌 식물일 거예요.  

    


우리 기억해요. 

모든 꽃은 불안과 죽음을 각오로 피어난다는 것을요. 

죽을 만큼 힘들다면, 지금이 바로 최고의 절정기일지도 몰라요. 

이제 곧 그대라는 꽃이 필 때 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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