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의 힘]
볼일 있다며 주말에 남편이 서울에 올라왔어요.
‘혼자라서 참 힘들다’ 여기며 버텨왔는데, 제가 깜빡 잊고 살았더라고요.
저도 남편이 있다는 걸요.
파주 헤이리마을에서 남편이 원하던 화분을 사고, 아주 잠깐 산책도 했어요
눈물이 났어요. 10월 햇살이 눈이 부시다 못해 마음까지 아팠어요.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저를 보고 뜬금없이 그러는 거예요.
“요즘 너를 보면 꼭 선인장 같아. 뾰족하게 날이 서 있어”
순간, 저는 또 ‘욱’ 하는 마음이 올라왔어요.
“너무하네. 오랜만에 만났는데, 고작 하는 말이 내가 못생긴 선인장 닮았다고. 가시가 많다고. 정말 내편은 하나 없고 남편만 있네” 하면서 토라졌지만 꼭 꼭 숨겨왔던 제 속내를 들킨 것 같았어요.
부모님 아프신 후부터 늘 예민하고 날카로웠어요. 누가 건드리기만 하면 폭발할 것 같았었요.
볼일을 마치고 남편은 바로 시골 고창으로 내려갔어요.
저는 삐져서 잘 도착했냐는 전화도 안 하고 자려고 누워있는데 남편에게 문자가 왔어요
‘선인장은 처음 꽃을 피우는 데 몇 년이나 걸리는데, 그때가 바로 죽을 만큼 힘들다고 느낄 때라는 거야.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죽기 살기로 꽃을 피우는 게 선인장이래.’
낮에 한 말이 마음에 씌었는지 평소 남편답지 않은 글이었어요.
선인장은 물 한 방울 머금지 못해도 몇 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답니다.
낮에는 40도가 넘어가는 뜨겁고 메마른 곳, 밤이 되면 영하로 떨어지기도 하는 사막의 극한 기후를 버티면서 꽃을 피운다고 해요.
‘달빛선인장’은 꽃이 1년에 딱 하루, 그것도 밤에 몇 시간만 피고 진다니, 죽을 각오로 꽃을 피운다는 말이 꼭 선인장을 두고 하는 말이었더라고요.
그대는 식물로 비유를 했을 때 무엇을 닮았을까요? 제가 식물은 잘 몰라서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요.
내가 아는 그대는 분명 '도전과 용기' '건강한 열심' 이런 내면을 지닌 식물일 거예요.
우리 기억해요.
모든 꽃은 불안과 죽음을 각오로 피어난다는 것을요.
죽을 만큼 힘들다면, 지금이 바로 최고의 절정기일지도 몰라요.
이제 곧 그대라는 꽃이 필 때 일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