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떠나면

눈동자가 우리를 아프게 할 때

by 고운 저녁

마음이 떠나면


마음이 데려온 따뜻한 손길

마음을 따라온 은근한 눈빛

이삭 줍듯 한 톨 남김없이 추수해 가버리네

더 이상 빛나지 않는 눈동자

나는 열 길 우물 속 울음이 되네


물들 대로 물들어

내가 없는 내 그림자 옆으로

바람 빠진 풍선 되어 평평하게 눕네

더 이상 부풀지 않는 눈동자

나는 중세의 축축한 감옥에 잠기네


마를 대로 말라

와르르 주저앉은 얇은 실오라기 위로

낡은 먼지 일으키며 속절없이 멀어지네

더 이상 망설이지 않는 눈동자

나는 바람에 날려 온데간데없네


닳을 대로 닳아

길이 된 인과응보 위로

계절이 오가고 희로애락이 드나들며 큰길 뚫고 마네

더 이상 머무르지 않는 눈동자

나는 어느 날 그 길 위에 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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