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낯설다

익숙한 것들의 반란

by 고운 저녁

문득 낯설다


채 잠들지 못한 밤

문득 눈 떠보니

사방이 낯설다


어슴푸레한 벽면을 더듬어

눈길이 닿는 자리마다

오래된 가구며

빛바랜 커튼

돌아누운 당신의 굽은 등마저

아득히 낯설다


꿈에도 생생한

상큼하고 싸리하고 비릿한

풀내음의 날들

문득 눈 떠보니

천지가 낯설다


갸우뚱한 액자며

얼굴 없는 스탠드 등

액자 속 표정들까지

까마득히 낯설다


깨지도 못하고

뒤척이기만 하는 밤

문득 눈 떠보니

만사가 낯설다


꿈의 빌딩을 오르내리는 사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몇 층의 꿈 속인지

만화경 같은 문양들이

껌뻑이며 서로를 잡아먹는다


철컥ㅡ

만화경조차 삼켜버리는 어둠까지

하염없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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