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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Sep 09. 2023

왜 그렇게 사랑..?

가을이라 그런가, 사랑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한국인 남자 친구를 사귀는 외국인 학생이 한국 남자는 결혼 전과 결혼 후가 달라진다는 게 진짜냐고 묻고, 학생들과 문학 공부를 하던 날 밤에는 학부장님께서 연애 안 하느냐고 몇몇 남학생에게 핀잔을 주기도 한다.


연애는 사람과 사람이 가족과 친구 이외에 맺을 수 있는 가장 친밀한 관계란다.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하며 맺은 친밀한 관계임에도 서로 오해하고 다투고 상처 주며 결국 헤어지기도 하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그런 관계를 맺어 나가면서 인간에 관한 이해도 관점도 깊어질 수 있단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주로 남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여성의 내면을 다루는 문학이 존재한 것은 인간의 역사 전체를 놓고 보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여성은 자신의 사랑을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했고, 열렬히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죄스럽고 부끄럽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사랑에 관한 낭만적인 이야기가 콧대 높은 여자를 향한 보잘것없는 남자의 안타까운 고백과 같은 형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듯하다. 마님, 공주, 귀족의 딸을 사랑하는 하인, 사냥꾼, 기사들.


<나와 같다면>, <슬픈 선물>, <날 닮은 너>, <응급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외사랑>,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너를 위해>, <사랑보다 깊은 상처>, <바람 기억>, <그녀를 사랑해 줘요>와 같은 노래들은 모두 남자들의 상처받은 사랑을 전하고 있다. 남자들이 부른 노래 중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고백하는 노래는 많지 않다. <연애>, <아름다운 구속>, <사랑하오> 정도가 떠오른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그 남자다움에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을 포함하며, 약하지 않은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을 통제하고 이별(실연)의 상황에도 의연해야 한다는 생각도 어느 정도 포함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떠나는 여인을 향해 눈물을 보이지 않고 담담하려 하고, 통제되지 않는 상대를 향해 불같이 화를 내며 이별을 습관처럼 내뱉는다. 반복되는 실수에도 눈감아 주는 상대를 보면서 자신이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고 자만하기도 한다. 이런 남자의 모습은 여러 매체에서 다루어진 바로 그 모습들이다.


현실 속 남자들이 어떠한지는 나도 모른다. 요즘 젊은 남자들이 어떠한가는 더더욱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랑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모두가 사랑을 원한다는 사실이다. 다만, 사랑하기를 주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관계 맺기 자체에 관한 패러다임이 바뀐 탓이 아닐까?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서로를 향한 증오와 공격을 멈추지 않는, 그러다가 다시 사랑을 확인하며 서로를 갈망하는 이상한 관계에 에너지를 쏟기에는 다른 관계(이를 테면, 이 사회 전체와 나의 관계)가 지닌 압박감이 너무 크기 때문일까?


밤늦은 시간 학부장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이 진심으로 긍정한 것인지 어른의 말씀이었기에 긍정해 보려 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에게도 '사랑'은 불의의 사고처럼 찾아올 것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부딪힌 줄도 모르고 지나가 버린 접촉사고처럼 올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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