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비밀과 함께,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간다
옛날 옛적, 산 깊은 곳에 이상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어요.
줄기는 검게 비틀려 있었고,
가지마다 까만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지요.
사람들은 그 열매를 비밀 열매라고 불렀어요.
그 열매를 먹으면 마음속 비밀이 하나씩 사라진다고 했거든요.
마을에 하람이라는 아이가 살았어요.
하람이는 늘 가슴이 답답했어요.
친구와 다투고도 미안하다 말하지 못한 일,
선생님께 꾸중 듣고 혼자 울었던 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작은 거짓말들까지.
비밀들은 차곡차곡 쌓여만 갔고,
하람의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지요.
어느 날 밤, 하람이는 숲으로 향했어요.
달빛 아래 까만 열매들이 반짝이며
손짓하는 듯 흔들리고 있었어요.
하람이는 조심스레 열매 하나를 따서 입에 넣었지요.
처음엔 씁쓸했지만 곧 달콤한 맛이 퍼졌고,
가슴을 짓누르던 비밀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어요.
“정말... 가벼워졌어.”
하람은 놀라며 또 다른 열매를 따 먹었어요.
거짓말도, 두려움도, 울었던 기억도 차례차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열매를 많이 먹을수록 이상해졌어요.
웃었던 순간도, 즐거웠던 기억도 함께 사라져 버린 거예요.
어느새 하람은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할 수 없게 되었지요.
숲은 고요했고,
하람은 텅 빈 마음으로 혼잣말했어요.
“난... 누구였지?”
그 순간, 바람에 흔들린 나무가
낮은 소리를 내며 말하는 듯했어요.
비밀은 무겁기도 하지만,
너의 삶을 이루는 소중한 조각들이기도 하단다.
사라져야 할 짐이 아니라,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이야기이지.
하람은 그제야 깨달았어요.
자신이 원했던 건
비밀을 없애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었다는 것을.
하람은 숲을 빠져나와 집으로 달려갔어요.
그리고 엄마에게 작은 비밀부터 고백했지요.
혼날까 봐 두려웠지만,
엄마는 다정히 안아주었어요.
그 순간, 잃었던 기억들이 하나둘 돌아왔습니다.
비밀은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니었어요.
그날 이후, 하람은 숲에 가지 않았어요.
비밀은 여전히 생겼지만
혼자 껴안지 않고
친구나 엄마에게 털어놓았지요.
그리고 숲속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어요.
검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채,
다음 누군가가 찾아오기를
조용히 기다리면서요.